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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학벌주의 민낯 드러낸 하나은행, 공정하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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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학벌주의 민낯 드러낸 하나은행, 공정하지 못하다

(서울=연합뉴스) 금감원이 시중은행 채용비리를 적발해 발표하자 일부 은행들이 반발하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금감원 검사 결과를 담은 자료를 공개하자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은 "정상적인 채용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최흥식 금감원장은 기자들에게 "여러 채용비리 상황을 확인해 검찰에 결과를 보냈다. 검사 결과가 정확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 차례에 걸쳐 국내 11개 은행을 대상으로 현장검사를 벌여 채용비리 22건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금감원은 이 가운데 하나은행, 국민은행, 지방은행 3곳 등 5개 은행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금감원은 검찰 조사에서 혐의가 확인되면 해당 은행에 최고경영자(CEO) 해임을 권고할 방침이라고 한다.

비판 여론이 집중된 곳은 하나은행이다. 이 은행은 이른바 'SKY' 출신 지원자 점수를 올리고, 타 대학 출신 지원자 점수를 깎아 SKY 출신을 합격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처음 발표할 때 해당 은행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그런데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1일 하나은행에 대한 검사 결과 자료를 공개했다. 이 자료를 보면, 임원면접 점수를 기준으로 불합격 대상이던 서울대(2명), 연세대(1명), 고려대(3명), 미국 위스콘신대(1명) 출신 7명에게 0.35∼2.4점의 조정점수를 주어 합격시켰다. 대신 원래 합격권이던 다른 대학 출신 7명은 점수가 깎여 낙방했다. 금감원은 "임원면접 뒤에 인사부가 조정점수를 주는 방법으로 합격·불합격을 조작했다"고 지적했다. 국민은행은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친인척을 특혜채용한 사실이 적발됐다. 그러나 국민은행은 "해당 친인척은 윤 회장 누나의 손녀인데, 지역할당제에 따라 정상적으로 채용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나은행은 심 의원이 공개한 자료 내용에 대해 "특정 대학 출신을 합격시키기 위해 면접점수를 조작한 사실이 없다"면서 "입점 대학 및 주요 거래 대학 출신을 채용한 것"이라고 했다. 위스콘신대 출신 지원자의 합격에 대해서도 "해외대학 졸업자를 대상으로 별도 심사를 진행해 채용했다"고 밝혔다. 민간은행인 하나은행이 어떤 기준으로 직원을 채용할지는 은행의 자율적 판단 영역으로 볼 수 있다. 누군가의 청탁을 받아 점수를 조작했다면 명백한 비리겠지만, 단순히 내부 전형기준에 따랐다면 '정상 채용'이라고 주장할 여지도 있다. 그러나 임원면접까지 끝난 상황에서 특정 명문대 출신에 가산점을 주어 합격자를 뒤바꾼 것은 지나친 '학벌주의'라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청년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된 상황이다. 국내에서 손꼽는 대형은행이 이렇게 형평에 어긋나는 채용기준을 적용한 것은 개탄스럽다.

금감원 검사 결과만 갖고 해당 은행이나 관계자를 처벌할 수는 없다. 최 금감원장이 시중은행 채용비리 처리를 검찰 수사 이후로 미룬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금융계 일각에는 금감원과 하나은행의 채용비리 마찰을,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연임을 둘러싼 갈등의 연장선에서 보는 시각도 있다. 검찰은 금감원 검사 결과를 토대로 철저히 수사해 불법 여부를 가려야 할 것이다. 하지만 도덕적으로 공정하지 못하다고 반드시 처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검찰도 법 적용의 공정성과 합리성을 잃지 않게 유념해야 한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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