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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윤소영 태국 한국교육원장 "한국어 대입과목 채택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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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윤소영 태국 한국교육원장 "한국어 대입과목 채택 뿌듯"
한국어 응시생 제2외국어 중 4위…"우리도 태국 문화에 관심 보여야"


(제주=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2016년 6월 태국 한국교육원은 큰 경사를 맞았다. 태국 교육당국이 한국어를 대학입학시험(PAT)의 제2외국어 과목으로 채택해 2018학년도부터 시행하기로 한 것이다. 윤소영(41) 원장은 최근까지도 축하 인사를 받고 언론의 인터뷰 제안에 응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야 했다.
한국어교육기관대표자협의회가 1∼2일 제주 라마다플라자호텔에서 개최한 동계 워크숍에도 초청돼 2일 오전 '태국 유학생 유치 현황 및 전략'을 주제로 발표했다.
발표를 막 끝낸 윤 원장은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태국인 교사 140명을 양성하고 중고생용 한국어 교재를 발간한 데 이어 대입 과목 채택까지 이뤄냄으로써 한국어 보급을 위한 삼각 기틀을 완성했다"고 뿌듯해했다.
"대입 과목에 들어 있지 않을 때는 고등학교 1, 2학년 때 한국어를 공부하다가도 3학년이 되면 외면하고 말죠. 부모도 입시에 도움되지 않는 과목을 공부하는 걸 탐탁지 않게 생각하거든요. 이제는 고3 시절을 포함해 고등학교에서 대학교 때까지 한국어 공부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태국 교육당국자들을 설득한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 태국 대학 한국어과 교수들의 노력도 컸습니다."
현재 고등학교에서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은 중국어, 불어, 일본어 다음 4번째로 많다. 오는 27일 치러지는 PAT의 한국어 응시생도 5천54명으로 중국어, 불어, 팔리어에 이어 네 번째다. 제2외국어를 선택한 응시생 5만여 명 가운데 약 10%에 이른다. 불경에 쓰인 고대 언어 팔리어를 선택한 학생이 많은 것은 태국이 불교국가이기 때문이다.
"한국어가 제2외국어 가운데 7번째로 대입 과목으로 채택됐음에도 일본어, 독일어, 아랍어를 제친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사실 태국 중고생들은 K팝과 TV드라마 등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어에 흥미를 느껴 배우는 것이지 유학이나 취업 등 실용적 목적으로 공부하는 학생은 많지 않거든요. 앞으로 이 추세가 어떻게 이어질지 주목됩니다."
실제로 태국은 법무부 출입국 통계를 보면 한국 입국자와 체류자 규모가 4위에 이르고 결혼이주민도 6번째에 랭크돼 있는데, 한국 유학생 숫자는 18위에 그친다. 태국에 한국 기업이 많이 진출해 있지 않고 태국 유학생들이 영어권 국가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국내 외국인 유학생을 늘리는 것은 필요하지만 규모에만 매달릴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태국의 경우 빈부 격차가 크고 엘리트의 질이 비교적 높아 우수 인재를 유치하는 전략을 쓰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숫자는 적더라도 이들이 모국으로 돌아가 사회지도층으로 자리 잡으면 무역이나 문화 교류나 외교 등 한국과의 관계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겁니다."
태국에서는 1986년 송클라대에 처음 한국어 강좌가 생겨난 것을 시작으로 11개 대학에 한국어과가 개설돼 있다. 중고교의 경우 2008년 한국어 수업이 시작된 지 10년 만에 150여 개교에서 3만여 명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태국에 파견된 한국인 교사들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이제부터는 태국인 교사들이 얼마나 잘 가르치고 한국을 잘 이해시키느냐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취업이나 유학 등 뚜렷한 목표가 없다면 지속가능한 한국어 보급이 이뤄지기 쉽지 않습니다. 한국어를 능숙하게 읽고 말하게 하면 좋겠지만 거기까지 이르지 못하더라도 한국어를 배우며 한국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고 좋아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태국 한국교육원은 18개국 41개의 재외 한국교육원 가운데 38번째로 2012년 3월 20일 개설됐다. 태국에는 재외동포 시민권자는 하나도 없고 2만 명가량의 일시체류자 1만9천523명, 영주권자 177명 등 2만 명에 가까운 재외국민이 살고 있다. 고려인이나 동포 3세 등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CIS 지역이나 미국의 한국교육원과는 교육 대상이나 목적이 다르다. 이곳에는 국제한국학교, 세종학당, 한글학교도 있다.
2015년 3월 이곳의 두 번째 원장으로 부임해 오는 20일 임기를 마치고 귀국하는 윤 원장은 "나름대로 보람이 크긴 했지만 현지인에게 한국어를 보급하는 것 말고도 재외국민의 평생교육기관 구실도 해야 하는데 재외국민 2세들에게 한국 문화와 역사를 가르치는 일에 더 힘쓰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행정고시 출신으로 교육부 학교폭력근절과장, 중앙교육연수원 정책연수부장 등을 지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는 자리에 갑자기 생각난 듯 한마디를 덧붙였다.
"우리 입장에서는 한국에 유학생이 많이 오고 태국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널리 보급하면 좋겠지만 문화는 주고받는 겁니다. 우리도 태국을 관광지로만 인식할 게 아니라 태국 언어와 역사와 문화에도 관심을 표시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런 태도를 보여야만 태국인들을 진정한 친한파, 지한파로 만들 수 있습니다."

heey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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