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가방·버버리 향수…마식령호텔 상점에 외국제품 즐비(종합)
상점 봉사원 "우리 상품이 더 많이 팔리고 관심도 더 많아"
(마식령·서울=연합뉴스) 공동취재단 이정진 기자 = 나이키 트레이닝복, 아디다스 모자, 버버리 향수, 발리 가방, 노스페이스 백팩….
이는 북한 마식령스키장에 있는 마식령호텔 상점에서 남측 취재진에 목격된 상품들이다. 취재진은 지난달 31일부터 1박 2일간 마식령스키장에서 진행된 남북 스키 공동훈련 취재차 방북했다.
대북 사치품 수출 금지 등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대북제재에도 마식령호텔 2층에 있는 상점에서는 다양한 북한산 제품들과 함께 외국산 제품들도 일부 팔리고 있었다.
나이키와 아디다스 트레이닝복, 아디다스 양말, 장갑, 모자, 가방 등과 함께 아디다스에서 생산한 면도 용품 등을 비롯한 남성용 화장품도 다수 비치돼 있었다.
또 겐조와 버버리, 랑콤 브랜드의 향수, 일본 시세이도 크림이 북한산 '은하수' 화장품과 함께 판매되고 있었다. 북한산 '어깨동무' 가방과 함께 스위스 브랜드인 발리에서 생산한 가방이 미화 400달러에 판매되고 있었으며, 노스페이스 등산용 백팩도 진열돼 있었다.
상점에서 일하는 김일심 씨는 "외국 손님들이 많아서 (외국산 제품을) 준비한 것이지 우리 상품이 더 많이 팔리고 관심도 더 많다"고 말했다.
김 씨는 남측 대표단 중 한 명이 '깎아주실 수 있느냐'고 묻자 "다른 사람들은 모르지만 우리 같은 민족은 할인해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고, 실제 일부 금액을 할인해줬다.
이에 앞서 방북하는 전세기 내에서 정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에서) 물건을 사는 것은 상관이 없는데 고가의 물건을 사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현 국면을 감안해달라"고 당부했다. 우리 대표단 중에선 아예 달러를 소지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고, 갈마비행장 면세점에서는 누구도 물건을 사지 못했다.
마식령호텔은 9층(1호동)과 5층(2호동) 건물 두 동으로 이뤄졌다. 두 건물은 연결돼 있고 2호동은 스키장으로 바로 연결된다. 남측 대표단은 1호동에 투숙했다.
호텔 프런트에는 다른 여느 호텔처럼 평양, 런던, 베이징, 모스크바의 시각을 가리키는 시계가 나란히 걸려있었다.
프런트 왼쪽에는 커피와 주류 등을 판매하는 바가 있었다. 평양주, 백두산 들쭉술, 개성고려인삼주, 산삼술, 소주 등이 구비돼 있었다. 커피 머신은 이탈리아제 '심발리'였다. 케이크와 마카롱, 크루아상 등 빵류와 초콜릿도 판매됐다.
마식령호텔과 스키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마식령카드'도 있다. 일정한 금액을 충전해 마식령 내 시설을 두루 사용하고 남은 돈은 환불해주는 선불식 충전카드다. 미국 달러화 등으로도 충전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프런트 오른쪽에는 담배 판매대가 있었다. '광명' 등 북한산 담배와 함께 던힐과 포도모 등 외산 담배도 판매되고 있었다. 마식령 지구 내에서만 판매되는 것으로 보이는 '마식령 담배'도 눈에 띄었다.
지하 1층에는 춤과 노래를 즐길 수 있는 '무도장'이 있었다. 중간에 무대가 있었고 가라오케 시설도 완비됐다. 하이네켄, 시바스 리갈, 발렌타인 등이 송악소주, 사과술과 함께 판매되고 있었다. 스프라이트, 페리에도 목격됐다.
무도장에서 일하는 봉사원은 "저렴한 가격으로 노래할 수 있는 시설"이라며 "하루에 수십 명 정도 이용한다"고 말했다.
1호동 2층에는 비즈니스 센터인 국제통신실이 있다.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 2대가 있었다. 이용요금은 30분에 4.6달러. 그러나 취재진이 남측에 이메일을 보내려 시도해봤지만 불가능했다.
2층 한쪽에는 포켓볼 당구대도 2개 놓여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이용했다. 소형 미끄럼틀이 있는 어린이 놀이방도 있었다. 이 곳에는 미키마우스와 스누피 인형 등이 놓여 있었다. 서점에서는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은 관련 서적을 영어와 러시아어, 중국어 등으로 번역한 책들이 눈에 띄었다.
2호동 2층 복도에는 인형 뽑기 기계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한 번에 북한 돈으로 50원을 넣는 기계와 100원을 넣는 기계가 있었다.
여기서 만난 한 북측 여성에게 '어떤 브랜드의 휴대전화를 쓰느냐'고 묻자 "평양 2415"이라고 답했다. 봉사원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자 "'평양 2419', '아리랑' 등을 쓴다"면서 "본인이 원하는 대로 쓴다. 터치가 되는 것을 쓴다"고 말했다.
스키장으로 연결되는 통로에 '차와 커피'라는 상점이 있었는데, 평일임에도 거의 모든 테이블이 손님들로 꽉 차 있었다.
객실은 여느 호텔과 마찬가지로 TV와 미니바, 침대, 책상 등을 갖추고 있었다. TV브랜드는 '아리랑'이었다. 소형 냉장고에는 코카콜라와 스프라이트 등이 강서약수, 대동강맥주 등과 함께 비치돼 있었는데, 남측 대표단은 이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 안내됐다. 난방과 전기에는 문제가 없었다.
transi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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