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도심 대형폭탄 공포…"1천개 이상 묻혀있을 가능성"
2차대전 때 일본군 병참기지 쓰여 미군 폭탄 대량 투하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홍콩 도심에서 대형 폭탄이 잇따라 발견돼 시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왜일까.
지난달 27일 홍콩 도심인 완차이의 공사장에서는 길이 140㎝, 지름 45㎝의 'ANM-65' 폭탄이 발견됐다. 이 폭탄의 무게는 450㎏이었고, 폭탄 내에 장착된 폭약의 무게만 225㎏에 달했다.
나흘 뒤인 31일 오전 11시 15분경 같은 지역에서 'ANM-65' 폭탄이 또다시 발견됐다. 홍콩 경찰은 인근 빌딩 등에서 4천600여 명을 대피시키고, 폭탄 해체 작업에 들어가 24시간 만에 해체에 성공했다.
만약 폭탄이 현장에서 폭발했다면 반경 200m 이내에 폭발력이 미치고, 그 파편이 2천m가량 날아갔을 것이다.
역사학자인 쿵치만은 1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홍콩 도심에서 폭탄이 자꾸 나오는 까닭은 2차 세계대전 때인 1942년 1월부터 1945년 8월까지 홍콩이 일본군에 점령당해 남중국해 병참기지로 쓰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일본과 동남아를 오가며 석유와 식량을 운반하는 군함이 홍콩을 중간 기착지로 이용했고, 미군은 이를 막고자 홍콩의 부두 시설과 조선소 등에 집중적으로 폭탄을 투하했다는 얘기다.
역사학자 얀추인은 "미군은 4천여 개의 폭탄을 홍콩에 투하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 가운데 30% 이상이 폭발하지 않고 땅에 묻혀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1천 개 이상의 폭탄이 홍콩에 묻혀있다는 얘기다.
미군이 450㎏ 대형 폭탄을 투하한 이유는 전함, 구축함 등의 두꺼운 후판을 파괴하기 위해서 위해서였다고 한다.
완차이 지역에 집중적으로 투하된 이유는 이곳에 일본군이 사령부로 사용한 영국 해군기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금껏 홍콩에서 발견된 폭발물 중 17%가 완차이 인근에서 나왔다.
폭발하지 않고 땅에 묻힌 폭발물은 매우 위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0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는 2차 대전 때 투하된 폭탄이 공사장에서 폭발해 1명이 사망했다. 1993년에는 홍콩 항구 해저에 묻힌 폭탄을 준설선이 건드려 배가 심각하게 파손되고 1명이 부상했다.
폭탄을 해체할 때는 주위에 모래주머니로 벽을 쌓은 후 미세한 강철 조각이 포함된 고압의 물을 분사해 폭탄 껍질에 세 개의 구멍을 뚫는다. 이후 폭약을 꺼낸 후 온도가 280℃ 이하로 유지되는 특수 점화기로 불을 붙여 태우면 된다.
홍콩 이외에도 일본 오키나와, 북한,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독일 등 2차 세계대전의 상흔이 남아 있는 세계 곳곳에 대량의 폭탄이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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