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2차 협상 마무리…'탐색전 끝, 본격 힘겨루기'
세이프가드-자동차 시장 개방 '격돌'…향후 협상도 험로 예상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김동현 기자 = 한국과 미국 통상당국이 1일 막을 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2차 개정협상을 통해 본격적인 협정 개정 절차에 진입했다.
지난 5일(현지시간) 1차 미국 협상에서는 서로 관심 사안을 확인하며 '탐색전'을 펼쳤다면, 지난달 31일부터 이틀간 열린 이번 서울 협상에서는 구체적인 입장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본격 논의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양측은 지난달 31일에 이어 1일에도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치열하게 마라톤 논의를 펼치며 기 싸움을 벌였다.
우리 측에서는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이 1차에 이어 이번에도 협상단 수석 대표로 나섰다. 미국 협상단도 1차 때와 마찬가지로 마이클 비먼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보가 이끌었다.
이번 협상에서는 1차 때 제기된 양측 관심 분야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했다. 양측 수석 대표는 협상의 전체적인 흐름을 총괄했고, 주요 사안별로는 3∼4개 분과에서 자동차, 무역구제 등에 대한 세부 협상이 이어졌다.
양측이 협상 진행 중에는 주요 내용을 외부에 알리지 않기로 약속한 만큼 이틀간 오간 이야기는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우리 정부는 최근 현안으로 떠오른 미국의 세탁기·태양광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등 무역구제 남용 문제를 집중 거론하며 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최근 통상 전문가 사이에서는 "세이프가드의 의무 적용 배제나 무효화 절차 등을 포함하는 등 세이프가드와 한미FTA 개정협상을 '패키지'로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협상에서는 그 외 미국의 무역구제 조치 남용 문제와 함께 한미FTA의 독소조항으로 꼽혀온 투자자-국가분쟁해결제도(ISDS) 문제 등도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미국은 대한(對韓) 무역적자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교역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측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미국산 자동차의 수입 쿼터(할당) 확대와 미국 자동차 업계가 비관세장벽이라고 주장하는 국내 안전·환경 관련 규제 등이 주요 쟁점이 된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수주 내에 3차 협상을 이어갈 방침이다. 하지만 1차에 이어 이번 2차 협상에서도 의미 있는 합의점을 찾지 못함에 따라 앞으로 험로가 예상된다.
특히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현지시간 지난달 30일 국정연설에서 "나쁜 무역협정을 고치고 새로운 협정들을 협상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한미FTA 폐기 선언 등 '초강수'가 터져 나올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협상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애초 미국이 의회 통보 등이 필요한 '전면 개정' 절차를 거치지 않아 이번 협상이 속전속결 부분 개정으로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양측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교착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달 31일 이번 2차 협상에 대해 "쉽지 않은 협상이고 갈 길이 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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