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 '파행'…어수봉 위원장, 노동계 사퇴 요구에 퇴장
노동계 "일부 언론 인터뷰에서 편파적 입장 밝혀 자격 없다"
공익위원들 "우리도 사퇴하라는 얘기냐" 반발 속 전원 퇴장
(서울=연합뉴스) 김범수 기자 = 최저임금위원회가 31일 핵심 현안인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방안을 논의하려고 했으나 어수봉 위원장이 노동계의 '사퇴' 요구에 반발해 퇴장하는 등 파행이 빚어졌다.
최저임금위는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 사무실에서 핵심 현안인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선방안과 최저임금 결정 구조, 최저임금 준수율 제고 등 3개 과제 TF(태스크포스) 보고와 논의를 진행하기 위해 2차 전원회의를 열었다.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노동계가 최근 어수봉 위원장이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를 문제 삼아 사퇴를 요구했다.
노동계 측 김종인 위원은 "위원장이 지난해 10월 18일 국정감사장에서 산입범위 조정과 관련해서 개인 의견을 밝힌 뒤 재발방지를 약속했는데 지난해 말 일부 매체와 인터뷰에서 편파적인 개인 입장을 또 밝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올해 들어서도 또다시 비슷한 입장을 밝힌 언론 인터뷰를 진행했기 때문에 더는 위원장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다"면서 어 위원장을 향해 사퇴를 요구했다.
노동계 측 문현군 위원도 "앞으로 경거망동하면 본인 스스로 사퇴하겠다고 했는데 이제는 믿음과 신의가 다 깨졌다"면서 "앞으로 노동계 위원들은 위원장과 같이할 수 없다"며 역시 사퇴를 촉구했다.
그러자 경영계 측 박복규 위원이 "요즘 언론에선 최저임금이 가장 큰 이슈인데, 국민 대다수는 너무 많이 올라서 걱정을 하고 있으며 이를 무시할 수 없는 사항"이라며 "위원장을 앞에 놓고 하는 모욕적인 언사를 쏟아내는 건 안 된다"고 맞섰다.
상임위원을 맡은 김성호 공익위원도 "어 위원장의 일부 매체와의 인터뷰 내용은 사실과 달리 왜곡된 점이 있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노동계 측의 사퇴 요구 공세가 이어지자 어 위원장은 정회를 선포한 뒤 그대로 퇴장해버렸다.
이어 오후 4시께 상임위원을 맡은 김성호 공익위원이 대신 진행을 맡아 "위원장이 사퇴 여부를 조만간 정하겠다고 했다"고 말한 뒤 회의를 속개했다.
이에 공익위원들이 "노동계의 요구는 우리도 전부 사퇴하라는 거나 마찬가지여서 더는 이 자리에 있을 수 없다"며 일제히 반발해 퇴장하면서 결국 이날 전원회의 개최는 무산됐다.
이날 회의에는 노동계 측 위원은 9명이 전원 참석했고, 공익은 어수봉 위원장을 비롯한 7명, 경영계 측은 5명이 나왔다.
회의 파행에 따라 최저임금위는 오는 2월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3차 전원회의를 열고 종합토론과 정리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향후 일정이 사실상 불투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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