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In] 5년째 찬반 갈등 원주 화훼단지 열병합발전소 건설
2013년 원주시 특수목적법인 출자동의안 제출로 본격화
정쟁으로도 비화…6·13 원주시장 선거 최대 쟁점으로 떠올라
(원주=연합뉴스) 배연호 기자 = "SRF(Solid Refuse Fuel·고형연료제품)는 쓰레기입니다. 그것도 악성 쓰레기입니다."
문막SRF열병합발전소반대대책위원회 이준희(54) 사무국장은 31일 오전 원주혁신도시 입구에서 문막 쓰레기(SRF) 열병합발전소 건설 반대 1인 피켓시위를 했다.
이 국장의 1인 피켓시위는 3개월째다.
그는 "아무리 완벽한 시설을 갖추더라도, 유해가스가 극소량만 유출돼도 치명적"이라며 "이런 위험한 시설을 주거단지 옆에서 가동하는 것은 환경 안전성에 분명 문제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가 SRF 열병합발전소 반대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선 때는 2013년이다.
당시 원주시는 화훼관광단지 추진 주체인 특수목적법인에 3억원 출자를 추진 중이었다.
그는 지역신문 기고 등을 통해 "전국 쓰레기를 수집해 와서 태우는 것이 SRF 열병합발전소"라며 "원주시가 화훼관광단지라는 개발 논리로 환경문제를 덮는다"라고 비판했다.
이때부터 SRF 열병합발전소 건설을 둘러싼 지역사회 찬반 갈등도 본격화했다.
건설 예정지인 문막읍 궁촌·비두리 주민은 반대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열병합발전소 건립 저지를 외쳤다.
반면 화훼특관광단지유치위원회를 구성한 문막읍번영회 등은 출자동의안을 승인하라며 원주시의회를 압박했다.
원주시 3억원 출자동의안은 두 차례 부결 끝에 2013년 6월 말 원주시의회를 통과했다.
이 국장은 "원창묵 원주시장의 친환경 청정에너지 사용 약속으로 출자동의안이 승인되면서 SRF 열병합발전소 찬반논란도 수그러졌다"라며 "그러나 재선에 성공한 원 시장이 SRF 열병합발전소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찬반 갈등도 가열됐다"라고 말했다.
원주시는 2014년 8월 원주시장 공약사업 선정, 2015년 8월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 사전협의 등 화훼관광단지 조성 추진 속도를 높였다.
반대 측도 2014년 9월 범 문막지역 주민으로 문막SRF열병합발전소반대대책위원회(반대위)를 구성하는 등 전열을 재정비했다.
반대위는 원주시장 주민소환까지 거론하면서 폐기물 연료인 SRF를 청정 친환경 연료로 변경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원창묵 원주시장은 SRF가 친환경 고형연료 제품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20대 총선을 앞둔 2015년 말에는 원주시의회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이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인 원 시장의 '결단'(문막 SRF 열병합발전소 건설계획 백지화)을 요구하고 의사일정을 전면 중단하는 등 정쟁으로 비화하기도 했다.
20대 총선이 끝나자 원 시장은 2017년 하반기 착공 등 로드맵을 제시하면서 화훼관광단지 조성사업 추진에 다시 속도를 냈다.
반대위도 회견, 정부 청사 앞 시위 등으로 맞섰지만, 문막 SRF 열병합발전소 건설계획은 2017년 11월 승인·인가됐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문막 SRF 열병합발전소 건설계획을 승인·인가하자 반대위는 "생명·건강도시 원주는 이제 죽었다"라며 시청 앞 천막 농성, 도심 피켓시위, 각종 행사장 홍보전 등 다시 반대운동에 돌입했다.
이 국장은 "천막 농성과 도심 피켓시위를 마지막 몸부림이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젊은 엄마들의 동참으로 반대운동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라며 "이를 계기로 일반시민이 반대운동에 동참하기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원주 도심에서는 SRF열병합발전소 건립을 반대하는 파랑사모, 원주녹색연합, 원주지역 지방의원, 시민 등이 참여하는 집회가 주기적으로 열리고 있다.
반대운동이 확산하자 6·13 지방선거 원주시장 출마자들도 여야 가릴 것 없이 일제히 '문막 SRF 열병합발전소 건설 백지화'를 다짐했다.
문막 SRF 열병합발전소가 원주시장 선거전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거세진 반대 목소리에 힘을 얻은 반대 측은 문막 SRF 열병합발전소 건설 예정지 인근인 경기 여주지역 단체와 힘을 모아 30일 '원주 쓰레기(SRF) 열병합발전소 저지를 위한 원주범시민비상대책위원회' 구성하고 6·13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지루한 찬반 갈등을 끝내겠다고 나섰다.
이 국장은 "일각에서 열병합발전소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정책 결정도 정치적 문제인 만큼 지역 최대 정치행사인 지방선거를 최대한 활용해 환경 안전성을 확보하고 환경 주권을 되찾겠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원 시장은 빠르면 2월 1일 문막 SRF 열병합발전소 등 원주화훼관광단지 조성사업과 관련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b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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