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국토 70%가 탈레반 영향권…인구 절반 위협받아"
BBC, 아프간 실태조사…"IS는 30곳서 활동 중"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정부군과 탈레반 반군의 내전이 17년째 이어지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의 영향력이 전 국토의 70%에 미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영국 BBC는 지난해 8∼11월 아프가니스탄 전역 1천200명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한 결과 총 399개 행정구역 가운데 아프간 정부가 온전하게 통제권을 행사하고 탈레반 공식조직이 없는 지역은 122곳으로 30%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반면, 탈레반은 전국의 4%에 해당하는 12개 행정구역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으며 나머지 66% 지역에서 공식 조직을 두고 최소한 3개월에 1차례 이상 정부군 등을 상대로 무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BBC는 설명했다.
BBC는 또 아프간 정부가 온전한 통제권을 행사하는 곳으로 분류된 수도 카불 등도 탈레반의 테러 공격에서 벗어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BBC는 이 같은 조사결과는 아프간 국민의 절반에 해당하는 1천500만 명이 탈레반 장악 지역에 거주하거나 상시로 탈레반의 위협을 받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일주일에 한 번 이상 탈레반의 공격을 받는 서부 신단드 지역 주민 사르다르는 "집을 나서면 살아서 돌아갈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면서 "테러, 폭발, 탈레반은 일상생활의 일부가 됐다"고 BBC에 말했다.
일부 주민은 소탕 작전을 벌이지만 탈레반을 없애지 못하는 정부에 반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탈레반이 장악한 산긴 지역에 사는 한 주민은 "정부군이 올 때만 폭력사태가 벌어진다"며 "아예 탈레반이 장악해 평화가 유지되니 더 낫다"고 말했다.
이번 BBC의 조사결과는 지난해 10월 나토군이 발표한 조사결과보다 탈레반의 영향력이 훨씬 크게 나타난 것이다. 나토군은 당시 아프간 국토 56%를 아프간 정부가 완전히 통제하고 있으며 탈레반은 나머지 44% 지역에서 통제권을 행사하거나 정부와 통제권을 다투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아프간 정부는 이번 BBC 조사결과를 인정할 수 없으며 정부가 아프간 대부분 지역을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BBC는 전했다.
BBC는 한편 2015년 'IS 호라산 지부'를 설립해 아프간에 진출한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30개 행정구역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아직 완전한 통제권을 장악한 곳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아프간은 2001년 9·11 테러 후 미국의 공격으로 탈레반 정권이 축출된 이후 아프간 정부군과 나토 등 연합군을 상대로 한 탈레반의 내전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2014년 아프간전 종전을 선언하고 치안 유지 책임을 아프간 정부에 완전히 넘긴 뒤 2016년 말까지 주둔 미군을 완전히 철수하려 했지만, 탈레반 세력이 건재한 데다 IS까지 아프간에 진출하면서 미군 철수 계획을 철회했다.
도널드 트럼프 현 미국 대통령은 아프간 전략과 관련해 지난해 병력 증강을 시사한 데 이어 이달 29일에는 "탈레반과 대화를 원하지 않으며, 끝내야만 하는 것을 끝낼 것"이라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ra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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