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속도내는 지주사 전환…정부는 압박하고 국회는 요건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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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주요 대기업들의 지주회사 전환이 잇따르고 있다.
31일 재계에 따르면 이달 초 효성이 지주회사 전환을 발표했고, 작년 12월에는 현대산업개발이 지주회사 전환 행렬에 동참했다.
기업들은 지주회사 전환의 이유로 지배구조의 투명성 강화, 책임경영 강화 등을 들고 있다. 실제로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의 해소, 경영의 투명성 강화 등이 기대된다.
다만 한편으로는 정부가 '재벌 개혁'을 강조하면서 대기업들이 이에 부응하기 위해 움직이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일감 몰아주기 해소, 총수 일가의 편법적 지배력 확장 억제, 지배구조 개선 등을 재벌 개혁 과제로 지목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대기업들의 '자발적 변화'를 강조하며 '시간이 많지 않다'고 재촉하는 상황이다.
재계에서는 지주회사 전환의 또 다른 동력으로 지주회사에 대한 규제 강화 움직임을 꼽는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재계의 연이은 지주회사 전환 배경을 살펴볼 때 지주회사를 둘러싼 규제 환경 변화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20대 국회에 지주회사 규제 강화를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여러 건 상정돼 있는데 거기엔 자회사·손자회사 소유규제 상향, 지주회사 지분 요건 판단 기준 강화, 지주회사 전환 때 자사주 활용 제한 등이 담겨 있다.
오 연구원은 특히 "올해 말 일몰을 앞둔 지주회사 전환 시 대주주에게 부여되는 양도차익 과세이연(세금 납부를 늦춰주는 것) 조항이 가장 중요한 규제 변화라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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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관계자는 "정부의 압박에다가 지주회사 전환이 까다로워질 수 있다는 전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기업들이 지주회사 전환을 서두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효성의 경우 이달 3일 이사회를 열고 ㈜효성을 지주회사와 4개의 사업회사로 분할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효성은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효성 내 7개 사업부는 효성티앤씨, 효성중공업, 효성첨단소재, 효성화학 등 4개 사업회사로 쪼개진다는 것이다.
효성은 지주회사 전환의 기대 효과로 지배구조의 투명성 제고, 주주가치 극대화 등을 들었다.
일각에서는 이 과정에서 ㈜효성 최대주주인 조현준 회장 등 총수 일가의 경영권이 강화될 것으로 관측한다. 이른바 '자사주의 마법'과 지주회사-사업회사 간 주식 맞교환을 통해 총수 일가의 지분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자사주의 마법'이란 기존 법인의 인적분할 과정에서 주주들에게 분할법인의 신주가 당초 지분율만큼 배정되면서 지주회사가 의결권 없는 자사주로, 의결권 있는 사업회사 지분을 확보하는 것을 가리킨다.
한일시멘트도 지난 26일 인적분할을 통해 한일시멘트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분할회사는 한일홀딩스 주식회사로 이름을 바꿔 존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대산업개발 역시 지난해 12월 지주회사 전환을 선언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인적분할을 통해 존속법인을 지주회사인 HDC(가칭)로 전환하고 사업회사인 HDC현대산업개발(가칭)을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지주회사는 자회사 관리와 부동산 임대사업 등을, 사업회사는 주택·건축·인프라 부문에서 전문성과 사업 경쟁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이에 앞서 현대중공업과 롯데, SK케미칼 등은 이미 지난해 지주회사 전환에 착수해 지주회사 출범까지 마무리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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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지주회사로 전환한 일부 그룹에서도 일감 몰아주기 규제 등을 피하기 위해 지주회사의 외연을 확장하는 작업에 나서고 있다.
LS그룹은 최근 계열사인 LS전선이 가온전선의 지분 31.59%를 사들여 자회사로 편입했다고 밝혔다.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 등 총수 일가가 가온전선 지분을 37.62%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 중 상당수를 LS전선이 매입해 지주회사 체제 안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LG그룹도 작년 11월 지주회사 밖에 있던 LG상사를 지주회사로 편입시켰다.
LG상사는 구본무 LG 회장 등 개인 대주주들이 지분 24.7%를 갖고 있었는데, ㈜LG가 이를 모두 사들여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편입 요건인 지분 20% 이상을 충족시켰다.
재계의 관심사는 삼성그룹와 현대자동차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문제다.
삼성의 경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안정적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주회사 전환 시나리오가 유력한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이 부회장이 구속된 가운데 열린 삼성전자 이사회에서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특히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마저 소각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 카드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시각이 있다.
현대차는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순환출자 해소가 필요한 기업으로 적시하면서 4개에 달하는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해야 하는 상황이다.
재계와 증권가에서는 순환출자 해소와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카드로 지주회사 전환 시나리오를 거론하고 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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