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도시로선 가혹했지만…'참사' 아픔 나누고 유족 보듬고
밀양시 전역 추모 분위기…'죄인' 기분 공무원, 유가족 전담 장례지원까지 발벗고 나서
(밀양=연합뉴스) 최병길 김재홍 기자 = "희생자분들의 영원한 안식을 빕니다."
불의의 화재로 39명이 숨지고 151명이 다친 대형 참사가 난 경남 밀양시.
인구 11만 중소도시가 겪어내기엔 너무나 힘든 초대형 참사였지만 공무원들이 발벗고 나서고 시민들이 함께 아픔을 나누고 있다.
참사 닷새째인 30일 오후까지 희생자 39명 중 35명의 장례가 엄수됐다.
시는 화재 발생 이틀째인 27일부터 닷새간 선포한 추모 기간을 2월 3일까지 연장했다.
내달 3일에는 화재 참사 희생자들의 원혼을 달래는 합동위령제를 열기로 했다.
사고 직후부터 시 전역은 사실상 거대한 장례식장이라고 할 만큼 무거운 분위기다.
시내 곳곳에는 각 단체, 개인 등이 마음을 낸 추모 현수막이 까맣게 내걸렸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 너나할 것 없이 모두 유가족이 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희생자 대부분이 지역 주민이어서 한 다리만 건너면 가족이고 친척이고 지인의 부모님들이다.
시민들은 검은색 '근조(謹弔)' 리본을 자발적으로 달고 애도 분위기에 동참하고 있다.
어두워질 무렵 제법 식사와 술 손님이 붐비던 식당 등엔 예약 취소가 속출하고 발길이 뚝 끊겼다.
시내에서 꽤 큰 식당을 운영하는 박모(61) 씨는 "참사 당일부터 지금까지 가게가 썰렁하다"며 "다들 내 부모가 돌아가셨다는 심정인 듯 하다"고 말했다.
노래방이나 고급 술집 등은 아예 휴업상태다.
27일 밀양문화체육회관에 차려진 희생자 합동분향소에는 시민과 타지에서 온 조문객들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합동분향소 주변에는 지역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온 자원봉사자들이 영하로 뚝 떨어진 한파 속에서도 조문객을 정중히 맞으며 따뜻한 밥 한 끼와 차를 대접하기도 했다.
경남도자원봉사센터 김해문 사무국장은 "밥차를 운영하면서 식사를 챙겨주고 있는데 오가는 유가족들을 보면 마음이 너무 아파서 추운 줄도 모르고 일한다"고 말했다.
밀양시 공무원들은 닷새째 죄인이 된 심정으로 휴일도 반납한 채 파김치가 되도록 뛰어 다닌다.
시는 희생자 유가족별로 전담 공무원을 지정하고 장례식장 마련부터 빈소 설치, 발인, 화장 등 장례 전 과정을 곁에서 챙기고 있다.
박일호 밀양시장은 "돌아가신 분 모두가 우리 친구·이웃이면서 아버님·어머님으로 시 전체가 슬픔에 젖어 있다"며 "실의에 빠진 시민, 유가족과 함께 슬픔을 차분히 이겨내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도는 28일부터 도청에 합동분향소를 운영하면서 2월까지 세종병원 피해자 돕기 도민 성금 모금에 들어갔다.
모금은 전국재해구호협회(농협 790-125-62-546496)와 대한적십자사(기업은행 148-013356-01-143)를 통해 한다.
하동군은 화재 참사 피해자들에게 사용해 달라며 지역에서 생산한 공기 캔 300개를 밀양에 전달하기도 했다.
한경호 경남지사 권한대행은 "도정 책임자로서 송구스럽고 밀양의 슬픔을 함께 보듬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choi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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