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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집권당 총선후보 명부 내홍…"렌치, 측근 챙기기 골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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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집권당 총선후보 명부 내홍…"렌치, 측근 챙기기 골몰"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오는 3월4일로 예정된 이탈리아 총선에서 참패가 예상되는 집권 민주당이 총선 후보 명부로 다시 한번 내홍에 빠졌다.
민주당은 28일 이번 총선에 나설 상하원 의원 후보명단을 담은 최종 명부를 발표했다.
명단 확인 결과 당 대표를 맡고 있는 마테오 렌치 전 총리의 측근들이 대거 당선 안정권에 포진한 반면, 렌치 전 총리와 반목하던 반대파 의원들 상당수는 명단에서 아예 빠진 것으로 드러나며 렌치 전 총리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가뜩이나 민주당 지지율이 빠지고 있는 형국에서 렌치 총리가 총선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경쟁력 있는 후보로 명단을 꾸리지 않고, 측근 챙기기에만 골몰했다는 것이다.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최대 200석의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160석은 마리아 엘레나 보스키 내각 차관 등 렌치 전 총리의 측근들에게 할애됐다고 보도했다.
보스키 차관은 자신의 부친이 부행장으로 재직하던 부실 은행 방카 에트루리아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휘말리며 총선 명부 결정 절차 막판까지 논란을 빚은 인물이다.



베페 루미아 의원이 "당의 가치에 치명적 타격이 가해졌다"며 거세게 항의하는 등 이번 명단에서 빠진 현역 의원들은 렌치 전 총리에게 즉각적으로 반발했다.
당내 중진 역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주당 당원이자 렌치 전 총리에 앞서 총리직을 수행한 엔리코 레타 전 총리는 "렌치가 비극적 실수를 저질렀다"고 한탄했다.
렌치 전 총리와 가까운 인물로 분류되지만, 이번 총선에서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카를로 칼렌다 산업부 장관도 "진지하고, 경쟁력 있는 인물들을 후보로 집어넣지 않은 의도가 무엇이냐"고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중도좌파 성향의 신문인 라 레푸블리카 역시 이례적으로 렌치 전 총리를 비판했다.
이 신문은 "렌치는 승리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게 아니라, 충성스럽고, 고분고분한 사람들로 의회를 채우려 한다"며 "그는 총선 이후를 겨냥한 거래에서 살아남기 위해 준비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렌치 전 총리는 "(총선 승리를 위해)가장 강한 팀을 꾸린 것"이라며 "민주당을 과소평가하지 말라. 우리는 (총선에서)승리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변호했다.
현재 630석의 하원에서 약 300석의 의석을 점유하고 있는 민주당은 지지율 하락 속에 3월 총선 이후에는 의석이 200석 아래로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공개된 여론조사 기관 IXE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지지율은 21.8%, 민주당이 주도하는 중도좌파 연합의 지지율은 25.4%로 제1야당 오성운동(지지율 29.2%),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를 구심점으로 한 우파 연합(35.4%)의 지지율에 확연히 밀리고 있다.
현재와 같은 구도로 총선이 진행되면 우파 연합이 최다 의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정부 구성에 필요한 의석 확보에는 실패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총선 후 렌치 전 총리가 이끄는 민주당과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대표를 맡고 있는 전진이탈리아(FI)가 손을 잡는 대연정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한편, 렌치 전 총리는 자신이 적극 밀어붙인 상원 대폭 축소를 골자로 한 개헌 국민투표가 압도적으로 부결된 2016년 12월 이후 정치적 영향력이 급속히 쇠퇴하며, 좀처럼 인기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국민투표 직후 실시된 당 대표 경선에서 당 대표직을 유지하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그의 독선적 당 운영에 반발한 마시모 달레마 전 총리, 피에르 루이지 베르사니 전 민주당 대표 등 반대파의 탈당으로 분열에 휩싸인 민주당은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ykhyun1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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