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살만 왕세자 강경 '반부패 드라이브' 석달만에 종료 수순
전날 풀려난 사우디 억만장자 빈탈랄 관련 주가 급등도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 지난해 11월 '반부패 수사'로 시작된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왕족숙청 작업이 석 달 만에 정부의 재정 수입 증진을 위한 '자선 사업'으로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28일 사우디 실세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 주도로 엘리트 계층을 겨냥한 자칭 '반부패 수사'가 '애국적 자산 헌납'으로 마무리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반부패 수사로 구금된 사우디 왕족의 석방 대가로 거둬들인 합의금이 정부의 재정을 떠받치는 데 도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빈살만 왕세자는 애초 석방을 조건으로 한 '합의금 요구'가 대체로 '퇴짜'를 맞았을 때 더욱 강경한 조처를 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사우디의 일부 왕족은 석 달간 리야드에 있는 5성급 리츠칼튼 호텔에 구금돼 뇌물과 다른 범죄 혐의로 조사를 받아야 했다.
그러다 지난달 말 이후로 그 호텔에 구금된 왕족들이 하나둘씩 풀려났다.
전날에도 트위터와 외국계 회사에 투자해 온 사우디 억만장자 왕자 알왈리드 빈탈랄 킹덤홀딩스 회장이 석방됐다.
빈탈랄은 이번에 합의금 또는 지분 양도에 합의한 뒤 풀려난 여러 명의 사업가 중 한 명이라고 WSJ는 소개했다.
지난 주말에는 사우디 건설그룹 회장인 바크리 빈 라덴과 중동 최대 방송사 MBC 소유주이자 언론재벌인 왈리드 알이브라힘도 풀려났다.
사우디 정부의 한 관계자는 그들은 잘못을 시인하는 서류에 사인한 다음 풀려났다고 말했다. 다만, 그들이 지급한 합의금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작년 11월 말 석방된 미텝 빈압둘라 왕자는 10억 달러(약 1조600억 원) 이상의 합의금을 내고 풀려났다.
모함메드 알자다안 사우디 재무장관은 사우디 당국이 반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은 약 350명으로부터 전체적으로 대략 1천억 달러(약 106조6천억 원)를 받았다고 지난주 밝혔다.
사우디 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협조를 거부한 약 40명은 법정에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는 초반에 구금됐던 리츠칼튼 호텔에서 리야드 남쪽의 알하예르 교도소로 이송됐다.
WSJ는 이러한 일련의 새 조치들로 빈살만 왕세자가 사우디 엘리트의 지위를 재정립하고 석유 의존 중심의 경제 구조를 바꾸려는 시도 과정이 새로운 장을 맞게 됐다고 분석했다.
또 이번 시도를 빈살만 왕세자가 오랜 기간 보수적인 사회로 정의되도록 한 종교적 제한을 완화하려는 노력의 일부분으로 WSJ는 평가했다.
영국 런던에 있는 '걸프 매터스'의 중동 분석가 빌 로는 사우디 왕세자가 "비즈니스 엘리트와 왕족의 저항을 물리쳤다"며 "그는 거리낌이 없고 난공불락이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전날 풀려난 빈탈랄 소유의 킹덤홀딩스(KHC)가 투자한 주식 가격이 크게 올랐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이날 보도했다.
킹덤홀딩스의 투자 대상 주가가 10% 상승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다만, 일각에선 KHC의 미래가 불확실한 상태로 남아 있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앞서 사우디 당국은 지난해 11월 초 왕가와 정·재계 고위인사 200여 명을 조달 비리와 돈세탁, 뇌물 등 혐의로 전격 체포해 리야드 시내 리츠칼튼과 다른 호텔에 구금해왔다.
이러한 '반부패 드라이브'는 빈살만 왕세자 주도로 왕가의 기득권과 고질적인 부패를 일소해 국민의 지지를 높이는 동시에 왕가 내부의 왕권 경쟁자를 숙청하는 정치적 의미로도 해석됐다.



gogo21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