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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차 독립PD 남편, 사고사 전까지 편당 350만원 받아"
故김광일 PD 부인 오영미 작가가 쓴 '그대 잘 가라'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저,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는데….' 내 두 손은 이미 떨리기 시작했다. '김광일 PD님이 남아공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하셨다고 연락을 받았습니다."
지난해 7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EBS TV 다큐멘터리 '야생의 방주'를 촬영하던 김광일·박환성 PD는 직접 차량을 운전해 숙소로 돌아오던 중 한 음주운전자가 몰던 차량과 정면으로 부딪쳐 세상을 떠났다. 김광일 PD의 부인이자 방송작가인 오영미 씨는 남편의 사망 소식을 접했던 순간을 고통 속에서 다시 꺼냈다.
오영미 작가는 최근 쓴 책 '그대 잘 가라'(그러나 펴냄)에서 남편의 죽음이 단순히 사고사가 아닌, 독립 PD들의 열악한 업무 환경에서 비롯된 필연적인 것이었다고 회고했다.
"하나의 작품을 제작사 두 곳에서 한 달에 두 편씩 맡아서 했고, 네 명의 PD가 나서서 일해야 총 네 편이 나온다. 이렇게 힘들게 일하는데 50분짜리 한 편을 완성하고 받는 금액은 정말 얼마 되지 않는다. 방송 PD 생활을 10년 이상 했던 이 사람도 350만원 정도를 받았다. 일반인이 생각하기에는 많을 수도 있지만 시간 외 수당은 전혀 없었고, 주 5일 근무도 허용되지 않았다."
오 작가는 또 "방송 납품과 시청률 속 치열한 삶이었다"며 "간신히 숨만 연장하며 전쟁을 벌여야 하는 그 사람과 동료들은 다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사고당한) 차 뒷좌석에는 상해버린 햄버거와 콜라가 있더라"고 했다.
책에서는 대부분의 독립 PD가 제작비의 약 40%를 간접비 명목으로 토해내야 하는 상황과 저작권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는 등 열악한 현장도 생생하게 꼬집었다.



김광일·박환성 PD의 죽음 이후 독립PD협회 등 언론계에서는 제작 환경 개선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죽은 사람은 돌아올 수 없지만 EBS에서도 처우 개선을 위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오 작가는 "방송의 화려함 이면엔 늘 죽음이 깔려있었다"며 제2의 김광일·박환성이 나오지 않기를 희망했다.
248쪽. 1만 4천원.
lis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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