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는 노벨상"…검정고시 출신 영재, 대학서 SCI급 논문
연세대 의전원 졸업하는 '국내 최연소 약사' 이현주씨
국제학술지에 난치암 치료법 발표…"환자들에게 희망 주고자 연구"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고등학교 2학년에 진학할 나이에 대학 정문을 통과한 영재가 세계적 학술지 논문 게재로 학창시절의 대미를 장식했다.
내달 8일 졸업을 앞둔 연세대 의학전문대학원 본과 4학년 이현주(27) 씨는 28일 "졸업 전 좋은 논문을 꼭 쓰고 가겠다는 목표가 있었는데 달성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 씨가 제1저자로 참여한 논문 'CDK 4·6의 선택적 억제제인 리보시클립, 공격적 갑상선암에서의 세포증식 억제와 세포자멸 유도'는 이달 3일 의학분야 SCI(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급 국제학술지 '캔서 레터스'(Cancer Letters)에 실렸다.
이 씨는 "제가 연구한 미분화 갑상선암은 매우 공격적이고 전이를 잘해 기존 치료에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면서 "환자들에게 조금이라도 희망을 주고 생존 기간을 연장하고자 이 암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유방암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청(FDA) 승인을 받은 약인 '리보시클립'이 미분화 갑상선암에서 얼마나 항암 효과를 나타내는지 세포실험과 동물실험으로 살펴본 것"이라며 "충분히 효과가 있음을 입증했다"고 논문 내용을 설명했다.
아직 학생 신분인 이 씨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성과를 낸 것은 아니다. 의사인 아버지와 큰오빠를 둔 그는 공립중학교 재학 당시부터 수학과 과학 분야에 재능을 보인 영재였다고 한다.
이 씨는 "중학교 때 고교 수학도 푸는 등 성적이 좋았다"며 "중학교를 마칠 때 담임선생님이 '굳이 고등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겠다'고 하셔서 부모님과 상의 끝에 고등학교를 건너뛰는 도전을 하기로 했다"고 떠올렸다.
중학교 졸업 후 이 씨는 곧장 검정고시와 수능을 같은 해에 치러 이듬해 서울대 약대에 최연소로 합격했다. 그 덕분에 '국내 최연소 약사'라는 타이틀도 보유했다는 것이 이 씨 설명이다.
이 씨는 "집안이 워낙 학구적인 분위기이기도 하고 아버지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며 "잠을 7시간 이상 충분히 자면서 공부할 때는 집중력 있게 하는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자신의 공부 방식을 소개했다.
논문은 방학과 개인 시간을 쪼개가며 썼다. 이 씨는 "본과 1∼3학년 여름·겨울방학, 본과 4학년 1학기에 들은 특성화 선택과정 때 연구에 매진했고 4학년 실습을 돌면서도 시간을 내 연구했다"고 말했다.
이번 논문 발표 전부터 두각이 나타났다. 이 씨는 지난해 9월 '2017 의과대학 학생 학술제'에서 연구 성과가 가장 탁월한 학생에게 주는 '유일한 연구상 최우수상'을 받았다. 내달 졸업식에서도 의대 학장상 중 하나인 '연구상'을 받는다.
그는 "방학에도 연구실에 얽매여 있자니 답답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천성이 공부에 흥미를 느끼는 편이기도 하고, 약대나 의전원 동기 등 주변에 뛰어난 사람들이 많아서 자극을 받아 더 열심히 하기도 했다"며 웃었다.
이 씨는 이제 곧 학교를 벗어나 인턴 생활을 시작한다. 그는 "잠도 부족할 테고,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제겐 오래전부터 품은 포부가 있다"며 여러 번 연습해 이제는 외워버린 듯한 문어체 문장을 말했다.
"앞으로 의학 연구에 더욱 정진해서 우리나라 의학계를 이끌어가는 연구 선도자가 돼 노벨 의학상을 받는 게 제 목표입니다."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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