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도 시민도 함께 울었다…밀양 합동분향소에 추모 물결(종합2보)
혹한에도 조문 행렬 이어져…오후 6시에 3천명 넘어서
(밀양=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밀양 세종병원 화재로 희생된 37명의 합동분향소에는 27일 하루 내내 생전 고인을 알았던 지인과 일반 시민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강추위에도 이날 오후 6시까지 3천명이 넘는 조문객들이 분향소를 찾아와 영정 앞에 헌화하고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었다.
한 조문객은 "어떻게 밀양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라며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다른 조문객들도 "제천 화재 참사가 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런 일이 또 발생해 밀양 시민으로서 너무 안타깝다", "돌아가신 분들이 모두 좋은 곳으로 가셨으면 좋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지인을 잃은 조문객들은 영정 사진 앞에서 왈칵 눈물을 쏟기도 했다.
조문을 마치고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에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며 눈물을 훔치는 조문객도 있었다.
분향소 한 관계자는 "밀양이 작은 도시다 보니 한 다리만 건너도 대부분 다 아는 사이라고 할 수 있다"며 "시민 대부분이 이번 화재 참사가 남 일 같지 않다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마치 밀양 전체가 장례식장이 된 것 같은 느낌이다"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오전 11시께 합동분향소를 찾아와 조문하고 유가족 한명 한명의 손을 잡고 깊이 위로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도 오후 1시 30분께 분향소를 방문해 조문했다.
이용표 경남경찰청장은 지휘부와 함께 분향소를 방문해 조문하고 "사고 원인을 명백히 밝히도록 하겠다"는 글을 방명록에 남겼다. 또 조종묵 소방청장도 방문해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었다.
밀양시는 이날 오전 9시에 문을 연 합동분향소에 희생자들의 주민등록증 사진으로 임시 영정 사진을 마련했으며, 이후 유가족들의 요구에 사진을 교체하기도 했다.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조문객들 발길 속에 유가족들은 슬픔을 감추지 못하고 일부는 목놓아 울거나 울분을 토했다.
유가족은 희생자 위패와 영정 앞에 엎드리거나 주저앉은 채 울음을 터뜨리고, 허공을 향해 소리를 지르며 통곡했다.
한 유가족은 합동분향소를 방문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등에게 "병원에는 오지 않다가 왜 이제야 왔느냐. 아무도 장례를 치르도록 도와주지 않았다"면서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또 다른 유가족은 "우리 엄마 살려내, 살려 달란 말이야"라고 외치며 목놓아 울었고, 조문 온 시민들도 함께 눈시울을 적셨다.
이에 김 장관 등은 "아직 장례식장을 잡지 못한 유가족을 위해 오늘 중으로 장소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밀양시는 분향소에 몽골 텐트 10동을 설치해 유가족들이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현장에는 공무원 50여명이 배치돼 분향소 안내를 맡고 있다. 자원봉사자 160여명도 밥차 등을 운영하며 유가족과 조문객 지원에 나섰다.
밀양시는 당분간 합동분향소를 24시간 운영할 계획이다.
yong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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