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 '아쉬운 발바닥 물집'…'그래도 잘했다, 이제 겨우 22살'
2016년 윔블던·올림픽, 지난해 윔블던 등 부상으로 결장
올해 부상없이 보내고 싶다고 했지만…'기회는 많다'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한국 테니스의 간판 정현(58위·한국체대)이 발바닥 물집으로 인해 거침없던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정현은 26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4강전 로저 페더러(2위·스위스)와 경기에서 2세트 도중 기권했다.
1세트를 1-6으로 내준 정현은 2세트에서도 이전 경기와 같은 움직임을 보이지 못한 끝에 2-5까지 끌려갔다.
자신의 서브 게임에서 30-30까지 맞선 정현은 결국 경기를 포기하고 페더러에게 축하의 악수를 건넸다.
사실 정현의 발바닥 상태가 뜻밖에 심각하다는 이야기는 테니스 샌드그렌(97위·미국)과 경기를 마친 이후부터 조금씩 흘러나왔다.
호주 멜버른 현지에서 정현과 동행하는 주위 인사들로부터 '정현의 발바닥 물집 상태가 예상보다 크다'는 우려가 들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이형택(42·은퇴)이 2007년 US오픈 16강에 오른 이후 10년도 넘게 잠잠하던 한국 테니스의 위상을 세계에 떨친 정현의 상승세로 충분히 이겨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었다.
정현이 이번 대회에서 알렉산더 즈베레프(4위·독일), 노바크 조코비치(14위·세르비아)를 연파하며 국내에는 전례 없는 '테니스 열풍'이 불어닥쳤을 정도였다.
정현은 사실 이번 시즌 목표를 '부상 없는 시즌'으로 내걸었다.
지난해 11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에서 우승한 뒤 귀국 인터뷰에서 그는 "올해 제 점수는 80점"이라며 "내년에는 부상 없이 이 정도 성적을 낸다면 100점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만큼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소화하고 싶다는 강한 열망을 드러낸 것이다.
정현은 2016년 5월 프랑스오픈을 마친 뒤 부상 치료와 훈련에 전념하겠다며 4개월 이상 투어 활동을 접었고, 지난해에도 복근 부상 등으로 인해 윔블던에 출전하지 못했다.
2017년을 결산해달라는 말에도 "부상으로 몇 달 뛰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며 "내년엔 부상 없이 시즌을 마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 전념해서 준비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2018시즌 초반, 어쩌면 자신의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발바닥 물집에 기권패라는 아쉬운 결과를 받아들었다.
그러나 정현의 이날 패배를 비난하거나, 평가절하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심지어 승리한 페더러도 코트 인터뷰에서 정현의 발전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며 박수를 보냈다.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 대회 4강에 진출하며 국내에 '테니스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정현의 나이는 이제 겨우 22살이다.
페더러보다 15살이나 어린 정현에게는 앞으로도 무궁무진한 기회가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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