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아프간 군경의 아동 성범죄 알고도 외면"
아프간 재건 특별감사관실 보고서…"아프간군 지원 중단해야"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미군이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아프가니스탄 군·경찰 내 만연한 아동 성범죄를 묵인하고 있다고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했다.
이러한 사실은 아프간 재건 특별감사관실(SIGAR)이 작성한 보고서를 통해 드러났다. 보고서는 지난해 6월 마무리됐으나 최근 기밀 해제되면서 공개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간군과 경찰 내부에는 소년들에게 여성 옷을 입혀 춤을 추게 하거나 성 노리개로 활용하는 '바차 바지(bacha bazi)' 악습이 있는데, 미군은 이를 알고도 묵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NYT에 따르면 미 특수부대 출신 댄 퀸 대위는 소년을 사슬로 침대에 묶어두고 성노예로 삼은 아프간 지휘관을 폭행했다가 해임됐고, 이후 군복을 벗어야 했다.
미군 내에 이런 문제를 인지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이 부족한 데다, 일부는 보복이 두려워 보고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실제로는 유사 사례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SIGAR도 "미 국방부와 국무부가 아프간 군경이 저지른 아동 성범죄 사건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지만, 전체 규모는 결코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SIGAR와의 인터뷰에 응한 개인·단체 3분의 2는 "아프간 군경이 저지른 아동 성범죄나 아동 착취 사실에 대해 알고 있다"고 답했다.
SIGAR는 지난 2015년 NYT가 이러한 현실을 폭로한 뒤 의회의 요구에 따라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미 국방부는 SIGAR의 보고서에 대해 "추측에 근거하고 있으며 제대로 입증되지 않은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미국에서는 이를 계기로 아프간에 대한 군사 지원을 끊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레이히법(Leahy Law)'은 중대한 인권 침해에 연루된 외국군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아프간군에 대한 지원은 그 어떤 규정에도 불구하고 이뤄져야 한다'는 조항이 있어 사실상 레이히법을 무력화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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