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를 일로 바꾸는 '정보 엔진' 효율 100% 구현
기초과학연구원 "세계 처음으로 완전한 효율 달성"
(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기초과학연구원(IBS)은 박혁규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연구위원(UNIST 자연과학부 교수) 연구팀이 100% 효율의 정보 엔진을 구현했다고 25일 밝혔다.
전통적인 열역학 법칙을 깨는 정보 엔진에서 완전한 효율을 달성한 건 사상 처음이다.
정보 엔진은 정보를 일로 전환하는 장치다.
'맥스웰의 도깨비'라는 물리학 개념에서 출발하는 연구 분야다.
맥스웰의 도깨비는 열역학 제2법칙인 '엔트로피는 감소하지 않는다'를 시험하기 위해 맥스웰이 고안한 사고 실험이다.
어떤 가상의 존재(도깨비)가 온도가 같은 두 방 사이에 앉아 있다고 가정한다.
도깨비는 방문 사이에 오가는 기체 분자 위치와 속도를 측정하고 있다.
문을 향해 다가오는 분자가 빠른지 느린지에 따라 문을 여닫는다.
이를 반복해 빠른 분자와 느린 분자를 각각 다른 방에 모으면 두 방 온도가 달라지고 결국 엔트로피가 감소한다.
맥스웰의 도깨비 제안 이후 과학자들은 도깨비가 분자 위치와 속도라는 정보를 바탕으로 온도 차를 만드는 일로 바꾼다는 것을 증명했다.
열역학 제2법칙을 뛰어넘을 수 있는 정보 엔진 개념이 등장하게 된 배경이다.
과학자들은 정보 엔진 효율을 높이려 계속 시도했으나 지금까지는 최대 75% 정도에 머물렀다.
IBS 연구진은 브라운 운동(Brownian motion)을 하는 작은 입자를 레이저 집게로 가두고서, 입자가 오른쪽으로 치우칠 때마다 레이저를 아주 조금씩 오른쪽으로 움직였다.
브라운 운동은 아주 작은 입자의 무작위 운동을 뜻한다. 입자가 주변의 기체나 액체 분자와 충돌하면서 일어난다.
레이저 이동 반복을 통해 연구진은 무작위 방향으로 운동하던 입자를 밀지 않고도 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들 수 있었다.
입자 위치 정보는 측정 레이저로 파악한다. 측정 레이저가 위치 정보를 파악하면 컴퓨터가 이를 판별해 레이저 집게를 옮기는 식이다.
이 시스템은 1㎚(나노미터) 단위로 입자 위치를 감지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측정한 순간부터는 20 마이크로초 이내에 레이저를 이동한다.
정보를 수 나노미터나 수십 마이크로초 단위 정확도로 다뤘다는 뜻이다.
고빈드 파네루 IBS 연구위원은 "정보 엔진이 정보를 낭비하지 않는 건 입자 위치를 파악하고 레이저로 피드백을 주기까지 과정이 정확하고 빠르게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혁규 연구위원은 "정보에서 일을 끌어낼 수 있다는 건 이론적으로나 실험적으로 증명된 바 있다"며 "이번 연구는 이용 가능한 정보를 100% 일로 변환한 엔진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성과"라고 덧붙였다.
성과를 담은 논문은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 12일 자에 실렸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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