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진출 다국적 기업, 美中 무역전쟁에 '새우등'
"中규제에 비굴해진 다국적기업들, 무역갈등 격화로 더 난처해질 것"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세이프가드 조치로 미·중 무역갈등이 더욱 고조된 가운데 중국에서 활동하는 다국적 기업들이 중간에 끼여 안절부절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칼럼니스트 앤드루 브라운은 24일(현지시간) '미국이 중국을 저격하면서 메리어트와 다른 다국적 기업이 위기에 처했다'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들의 모습을 조명했다.
그는 중국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 당국의 비위를 맞추려고 굽신거리고 있다며 대표적인 업체가 미국 호텔 체인인 메리어트라고 꼬집었다.
메리어트호텔은 이번 달 초 회원들에게 보낸 설문 이메일에서 티베트를 포함해 홍콩, 마카오, 대만을 국가로 표기한 후 중국 내에서 불매운동이 벌어지는 등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특히 중국 당국이 이런 설문조사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엄정 대응에 나서자 메리어트는 대대적으로 사과하는 등 비굴한 모습을 보였다고 브라운은 지적했다.
중국 정부의 압박에 굴복한 다국적 기업은 메리어트뿐만이 아니다.
애플도 중국의 인터넷 검열시스템인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을 우회하는 가상사설망(VPN) 애플리케이션을 중국 내 앱스토어에서 스스로 삭제한 바 있다.
브라운은 "중국의 까다로운 국수주의는 오랜 기간 해외투자자들을 위협하고 있지만 메리어트 등 다국적 기업들은 공격적 확장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이들 기업은 갈수록 부담스러워지는 시장 규제와 정치적 민감성에 적응하는 방법을 택했다"고 일침을 가했다.
하지만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새해 첫 연례보고서로 미국과 중국이 경제 분야에서 서로 다른 노선을 가고 있음이 분명해지면서 다국적 기업들은 더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고 브라운은 지적했다.
USTR은 의회에 제출한 새해 첫 연례보고서에서 미국이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지원한 것이 잘못이라며 WTO 틀 밖에서 중국에 독자적 보복조치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브라운은 "보고서는 미국과 중국경제가 현재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인식을 반영한다"며 "하나는 개방경제의 원칙을, 다른 하나는 신중상주의 원칙을 따르고 있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전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태양광·세탁기 세이프가드 조치는 대중 무역공세를 이제 행동으로 옮기겠다는 의지의 표상이라며 이제 두 국가는 분쟁단계를 밟게 됐다고 해석했다.
이런 상황에 가장 수세에 몰린 것은 중국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이라고 브라운은 주장했다.
그는 "메리어트와 다른 다국적 기업들은 이제 중간에 끼어버렸다"며 "이는 델타항공과 자라도 마찬가지고, 이제 그들은 굽실거려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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