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귀 강자 '킴벌리' 저출산에 백기…감원하고 공장 10개 폐쇄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미국 킴벌리 클라크가 실적 부진을 이유로 최소 5천명의 인력을 감축키로 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23일 보도했다.
킴벌리 클라크의 감축 규모는 글로벌 인력의 약 13%에 해당하는 것이다. 감원의 절반은 회사 매출의 절반을 담당하는 북미 지역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이와 함께 91개의 글로벌 공장 가운데 10개를 폐쇄하고 가정용 티슈를 위시한 일부 저마진 사업을 매각하는 것을 포함, 2021년까지 20억 달러를 절감하는 구조조정도 단행할 계획이다.
킴벌리 클라크가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서는 것은 하기스 기저귀와 크리넥스 티슈의 판매가 부진한 데 따른 것이다. 저출산으로 수요가 부진한 데다 경쟁사들이 가격 인하에 나서고 있고 펄프를 비롯한 원자재의 가격이 오른 것이 판매를 압박한 요인들이다.
프록터 앤드 갬블(P&G)은 팸퍼스 기저귀와 페이퍼 타월의 판매가 부진하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가격 인하 공세를 펼치고 있다. 월마트와 같은 대형 유통업체들도 온라인 쇼핑의 강자인 아마존에 맞서기 위해 이들 제품의 할인 폭을 확대하는 상황이다.
킴벌리 클라크는 올해 매출 증가율을 겨우 1%로 잡고 있다. 미국 경제의 호전과 법인세 인하에도 불구하고 조기에 풀리지 않을 수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입장이다.
구조조정의 역점을 북미 지역에 둔 것은 가장 취약한 부분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톰 포크 최고경영자(CEO)는 홈그라운드에서 시장 점유율이 줄어들고 있고 P&G의 가격 인하로 압박을 받고 있다고 실토했다.
포크 CEO는 그러나 더욱 당혹스러운 것은 예상치 못한 미국의 출생률 저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킴벌리 클라크는 해외 시장은 물론 성인용 기저귀와 같은 미국의 일부 틈새시장에서 성장할 기회를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의 2016년 출생률은 사상 최저수준을 기록했고 지난해 상반기에도 감소세를 지속했다.
미시간 대학의 앨리슨 밀러 교수는 청년 실업과 직업 불만족이 아이를 적게 낳는 풍조의 배경일지 모른다고 풀이했다. 그는 "밀레니얼 세대가 불확실한 세계를 살아가고 있다고 느끼고 있고 공식적인 성년의 역할도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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