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관급공사 비리 연루 '관피아'에 무더기 실형
전현직 공무원 6명 최고 징역 4년…현직 3명은 옷 벗을 위기
(제주=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교량 등 관급공사와 관련해 건설업체와 결탁, 사리사욕을 채운 전현직 건설 공무원들과 이들에게 뇌물을 제공한 업자에게 법원이 중형을 선고했다. 현직 공무원 3명은 옷을 벗을 가능성이 커졌다.
제주지법 형사2부(제갈창 부장판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제주시 6급 공무원 김모(47)씨에 징역 4년에 벌금 1억1천600만원, 추징금 5천800만원을 22일 선고했다.
김씨는 2011년 A사가 수주한 도시계획도로 개설사업과 관련해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A사의 실질적 운영자 강모(63)씨로부터 4차례에 걸쳐 8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또 어시천 등 여러 곳의 교량 가설사업에 A사의 특허공법을 반영하고 관급자재를 납품하도록 편의를 봐준 대가로 2013년 A사가 시공한 빌라를 시세보다 5천만원 싸게 분양받아 재산상의 이익을 챙긴 혐의도 받았다.
제주시 재난관리과와 도시건설과의 과장을 지낸 전직 공무원 김모(62)씨는 수뢰 후 부정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2년 6월에 벌금 3천만원, 추징금 2천만원을 선고받았다.
김씨는 현직에 있던 당시인 2011년부터 2015년 초까지 현금 2천만원을 수수하고 A토건의 납품 편의 등을 봐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김씨는 2015년 1월 퇴직한 뒤 바로 다음 달 강씨(63)가 실질적 운영자인 A토건의 대표로 취임해 현직 건설 관련 공무원을 대상으로 수주 영업을 했다.
특가법상 뇌물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공무원 김모(58)씨는 징역 3년에 벌금 8천만원, 추징금 4천만원을 선고받았다.
2013년 한북교 교량 확장공사 과정에서 김씨는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비교 과정 없이 A사의 특허공법을 반영토록 하고, 그 대가로 세 차례에 걸쳐 A사의 실질적 운영자 강씨로부터 3천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부정처사 후 수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제주시 건설과 하천담당 계장 6급 공무원 좌모(51)씨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3천만원, 추징금 1천500만원을 선고했다.
좌씨는 한북교 확장공사 진행 과정에서 A사의 특허공법을 반영하고, A사가 22억원 규모의 관급자재를 납품하도록 도운 대가로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1천5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제주도 건설교통국장을 지낸 전직 3급 공무원 강모(62)씨는 수뢰 후 부정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2천만원, 추징금 1천만원을 선고받았다.
강씨는 한북교 확장공사와 신성여고 서측 방천 교량가설사업 등 실시설계에서 A사의 특허공법을 반영하고, 관급자재를 납품하도록 편의를 봐준 대가로 1천만원을 받아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전직 건설 공무원 출신으로 A사의 영업담당 전무로 활동하던 고모(62)씨는 공갈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2년에 추징금 5천795만원을 선고받았다.
고씨는 A사의 실질적 운영자 강씨 등을 상대로 특허공법 관련 청탁 과정을 경찰에 알리겠다고 협박해 방천 교량공사를 A사가 맡는 대신 경쟁사에 1억2천만원을 건네겠다고 한 뒤 자신이 그 돈을 가로챘다.
제주시 도시건설국장을 지내고 2012년 퇴직한 김모(65)씨는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 6월에 추징금 3억1천382만원을 선고받았다.
김씨는 퇴직 직전 B건설로부터 관급공사 알선, 청탁을 해주는 대가로 B사의 부회장직을 제안받고, 이를 승낙했다.
이어 김씨는 서귀포시가 발주한 동홍천 수해상습지 개선공사와 관련해 3억3천900만원 상당의 관급자재를 B사가 납품하도록 하는 등 6건의 토목공사 25억4천300만원 상당을 B사가 맡도록 했다.
김씨는 그 댓가로 3억1천826만원을 급여 등의 명목으로 받아 챙겼다.
김씨는 2014년 한북교 확장공사 수주를 위해 제주시 건설과장 김모씨와 하천관리 담당 좌모씨에게 각각 500만원을 건네기도 했다.
재판부는 한북교 확장공사 등에서 공법 채택과 관급자재 납품 청탁 명목으로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건네 특가법상의 알선수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사의 실질적 운영자 강모(63)씨에게 징역 3년과 추징금 3억8천813만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6년까지 한북교 교량 확장공사를 비롯해 상당수의 관급 토목공사 과정에서 전직 공무원이 포함된 건설업자들이 발주 권한이 있는 공무원들에게 현금 등 금품을 지속적으로 건네온 것으로 드러났다.
퇴직 공무원들은 현직에 있을 당시 관계가 돈독했던 건설업체의 임원으로 재취업해 급여 등을 받으며 후배인 현직 공무원들을 상대로 브로커 노릇을 해온 셈이다.
이들의 검은 유착관계는 부실공사로 표면화됐다.
2013년 10월 제주시가 발주, 공사에 들어간 한천 한북교 교량 확장공사의 교량 상판 중앙부가 심하게 휘어 볼록 솟아올랐다.
상판의 뼈대가 된 27개 구조물 중 중앙부가 적은 곳은 39㎜, 많은 곳은 169㎜까지 휘어졌고, 부실공사로 시민 안전은 위협받았다.
한북교 공사에 사업비가 55억4천만원이 투입됐음에도 계약심의위원회의 심의조차 열리지 않았다.
한북교 뿐이 아니었다. 2014년 6월 공사가 시작된 화북천 와호교 재가설 공사에서도 부실시공이 드러났다.
제주지법이 이른바 '건설 관피아'에 대해 실형을 선고하면서 현직 공무원 2명과 전직공무원 4명은 재구속됐다. 법원이 보여준 '건설 관피아' 엄단 의지로 이들에 대한 실질적 청산이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ji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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