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코치 가르치는 김성근 전 감독 "76살, 내게도 배울 기회"
"재일동포인 내가 한국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일본 코치들을 가르친다"
"KBO리그는 현장 목소리가 가장 작다…만나고 싸워야 발전이 있다"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김성근(76) 전 한화 이글스 감독은 여전히 "다시 배우겠다"며 의욕이 넘친다.
76세에 일본에서 얻은 새로운 기회. 김 전 감독은 "많이 배우겠다. 그리고 열심히 가르치겠다"고 했다.
김 전 감독은 23일 오전 일본 후쿠오카행 비행기에 올랐다.
일본프로야구 퍼시픽리그 최강팀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코치들을 가르치는 고문으로 활동하기 위해 출국했다.
김 전 감독은 오 사다하루 소프트뱅크 구단 회장 등 프런트, 구도 기미야쓰 감독 등 코칭스태프와 후쿠오카에서 상견례를 한 뒤 2월 1일부터 일본 미야자키에서 열리는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본격적인 '코치 육성'에 들어간다.
출국 하루 전인 22일 만난 김 전 감독은 "재일동포인 내가 76세에 한국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일본 코치들을 가르친다. 여러 의미의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1942년생인 그는 1964년 영구 귀국해 50년을 넘게 '한국 야구인'으로 살았다.
그는 "영구 귀국을 하며 '꼭 성공한 야구인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일본에서 코치를 가르치는 지도자로 불러준 건 내 과거를 떠올리면 매우 특별한 일"이라며 "나는 한국 야구인이다. 일본에서 '한국 야구인은 이런 장점이 있구나'라는 평가를 받아야 또 다른 한국인 코치들이 일본에서 뛸 기회를 얻지 않겠나"라고 했다.
◇ "나이 아닌 열정과 신념의 문제" = 소프트뱅크 지도자로 일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김 전 감독에게 축하 인사가 쏟아졌다.
길을 가다 만난 중장년 팬들은 "그 연세에 대단하시다"라는 인사를 주로 한다.
당장 한국야구만 해도 베테랑들이 설 곳이 점점 줄어든다. 다른 분야에서도 중장년층이 젊은이들에게 자리를 내주곤 한다.
김 전 감독은 "나는 정말 큰 행운을 얻었다. 나조차 76세에 새로운 일을 시작하리라 기대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더 "경험의 가치를 증명하고 싶다"며 각오가 샘솟는다.
김 전 감독은 "중요한 건 나이가 아닌 열정과 신념이다. 나이를 잊고, 열정과 신념으로 일하겠다"고 했다.
소프트뱅크에 만 60세 이상 코치는 2명뿐이다. 김 전 감독은 "일본프로야구 전체에서도 내가 가장 나이가 많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일본야구 최고령 지도자'에 오른 한국 야구인 김 전 감독은 "어떤 수식어가 붙으면 사람들이 더 주목한다. 그래서 나는 더 열심히 해야 한다"며 "열정과 신념이 있어야 경험도 빛이 난다. 정말 열심히 할 생각"이라고 했다.
김 전 감독을 일본으로 떠나기 전까지, 체력 훈련을 했고 독서량도 늘렸다.
그리고 "열심히 하고, 성공해야 한다"는 각오를 가슴 가득 채웠다.
◇ "KBO리그, 만나서 싸우고 발전하라" = 김 전 감독은 소프트뱅크와 계약한 뒤에도 KBO리그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
KBO리그는 김 전 감독이 좌절하고, 꿈을 이뤘던 무대다.
한국야구를 향한 쓴소리도 계속할 생각이다.
베테랑 선수뿐 아니라 베테랑 지도자들을 활용하지 못하는 최근 상황, 양극화가 심해지는 선수와 구단 등을 걱정하던 김 전 감독은 "KBO와 구단 사장, 단장, 그리고 감독들이 함께 만나 대화하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야구기구(NPB)는 2018시즌부터 더그아웃에서 사인을 보내면 투수가 투구하지 않고도 주자를 볼넷으로 내보내는 '자동 고의사구' 제도를 신설하려 한다. 하지만 12개 구단 감독 회의에서 동의하지 않으면 이 제도는 도입할 수 없다.
미국 메이저리그 사무국도 규정 신설에 대해 선수노조의 동의를 구한다.
김 전 감독은 "현장 목소리가 가장 작게 들리는 곳이 한국"이라고 했다. 이어 "2018년 KBO리그가 3월 24일에 개막한다. 현장에서는 '3월에도 기온이 낮다. 부상 우려가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시안게임 일정 때문이니까 한 시즌만 일시적으로 경기 수를 줄이면 무리하게 개막을 앞당기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이 있다"며 "구단과 KBO의 입장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그 입장을 들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전 감독은 "개막 일정 문제만 해도 KBO, 구단, 감독 등이 모여 토론을 하면 더 좋은 결론이 나오지 않았겠나"라고 아쉬워했다.
"그렇게 모이면 다툼이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에 김 전 감독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렇게 만나서 대화하고 싸워야 발전이 있다. 70대가 20대에게, 20대가 70대에게 배우는 세상이 가장 이상적인 것처럼."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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