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서도 '미투' 정계로 확산…멜버른 시장 겨냥 폭로 잇따라
동료 의원 등 4명 "성추행 당했다"…멜버른 시장, 강력 부인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호주에서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캠페인이 연예계를 넘어 정계로 확산했다.
호주 2대 도시 멜버른의 중심상업지구(CBD)를 관할하는 멜버른 시(City of Melbourne) 시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주장이 동료 시의원을 포함한 여성들로부터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다.
사진작가 다이앤 말라는 약 20년 전 당시 빅토리아 주 의원이던 로버트 도일(64) 멜버른 시장으로부터 두 차례 성추행을 당했다는 주장을 하고 나섰다고 일간 디 오스트레일리언이 22일 보도했다. 이로써 도일 시장의 성추행 의혹이 한 달 전 처음 터져 나온 이후 피해자라고 나선 이는 동료 의원 2명과 의사 부인 1명을 포함해 모두 4명으로 늘었다.
다이앤은 1997년께 휴대전화 전송시설에 반대하는 지역 주민의 뜻을 전하고 도움을 받고자 도일 주 의원 사무실을 찾았다가 피해를 봤다고 털어놓았다.
다이앤은 안내를 받은 개인 사무공간에서 대화를 나눈 지 5분 만에 도일 의원이 옆자리로 다가와 허벅지를 쓰다듬고, 밖에서 만나 식사하자고 말해 바쁘다고 둘러대며 빠져나왔다고 전했다.
자신이 뜻밖에 겪은 일을 다른 단체 관계자에게 말했으나 민원을 해결하려면 도일 의원의 도움이 필수적이라는 말만 들었다고 덧붙였다.
성추행이 재발하지 않으리라는 생각에 약 1주일 후 다시 사무실을 찾았지만, 그는 사무실 문을 잠그고는 허벅지를 만지고 가슴에 살짝 손을 대기도 했다는 게 다이앤의 주장이다.
도일을 겨냥한 폭로는 한 달 전 멜버른 시 시의원인 테사 설리번이 사임을 발표하며 도일 시장이 가슴을 더듬었으며 별도의 자리에서 외설적인 말도 늘어놓았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폭로 이틀 후 도일 시장은 한 달간의 휴가원을 냈으며, 자신의 휴가와 성추행 주장과는 무관하다고 천명했다.
이후 또 다른 시의원인 캐시 오크도 2014년 저녁 식사 자리에서 도일 시장이 자신의 허벅지를 만졌으며, 사무실에서 키스를 시도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주에는 한 전문의의 부인으로부터 2016년 의료 관련 시상식 만찬 중 도일 시장이 반복해서 허벅지를 건드리고 불쾌한 발언을 했다는 추가 폭로가 이어졌다.
그러나 도일 시장은 이런 주장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으며, 멜버른 시 의회를 포함한 2개의 기관이 각각 이번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도일 시장은 2008년부터 시장직을 맡고 있으며, 1992년부터 2006년까지 주 의원을 지낸 지역 정계의 거물이다.
미국 할리우드의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 추문이 나온 이후 호주에서는 스타 배우들과 전설적인 TV 진행자의 성희롱과 성추행 의혹이 터져 나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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