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기업대출' 유도 안간힘…"집값 못 잡으면 소용없어"
新DTI 시행하고 DSR 도입하지만…"공급이 아닌 수요 문제"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정부가 21일 발표한 금융권 자본규제 개편 방안은 '돈의 흐름'을 바꾸는 게 목적이다.
부동산 시장으로 뛰어드는 가계에 돈을 빌려주는 '비(非) 생산적 금융'을 기업대출로 유도해 '생산적 금융'을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돈이 가계대출로 흐르는 길목을 좁게 만들어 기업대출로 유입되도록 하는 방식인데, 이를 위해 은행 등 금융회사의 각종 자본비율 규제를 뜯어고치기로 했다.
우선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의 위험가중치를 바꾼다. 현재 가계대출이 25.6%, 기업대출이 66.3%다. 가계대출을 더 취급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BIS 비율을 계산할 때 담보인정비율(LTV)이 높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위험가중치를 70%로 높여 기업대출의 취급 유인을 상대적으로 높이는 방식이다.
또 예대율(대출금÷예수금) 계산에서 가계대출은 1.15를 곱하고, 기업대출은 0.85를 곱한다. 예대율을 100% 이하로 맞춰야 할 때 기업대출의 부담이 가벼워진다.
금융감독원이 은행 리스크 관리 실태를 평가하는 ''필라Ⅱ'에서도 가계대출을 억제한다.
이렇게 해서 가계대출이 줄어드는 만큼 기업대출이 늘어난다는 게 당국의 예상이다.
은행 경영실태평가에서 '중소기업 신용대출 지원실적'을 새로 만들고 평가 가중치를 5%로 둔다.
워크아웃 기업에 새로 신용을 공여할 경우 우선변제권이 주어지는 만큼, 기존 대출보다 자산 건전성이 높게 분류된다.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은 줄어든다.
'기계거래소' 등을 통해 가격 평가와 처분이 쉬운 기계설비는 '적격담보'로 인정한다. 기계설비는 전체 동산담보대출(약 2천300억원) 담보의 80%를 차지한다.
증권사의 중소·벤처기업 장기 투자는 위험액 가산을 배제한다. 융자도 대출의 위험 수준에 따라 영업용 순자본에서 차감하는 대신 신용위험액에 차등 반영한다.
코스닥 주식투자에 대해선 위험가중치를 6∼12%에서 5∼10%로 낮춘다. 환매청구권(풋백옵션)은 위험액 산정을 면제한다.
금융위원회는 "증권사의 중소·벤처기업 자금 지원에 건전성 부담이 줄어 자금 공급이 원활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종합금융투자회사가 부동산 관련 기업에 대출할 경우 위험값(0∼32%)을 상향한다. 종투사의 동일인 신용공여한도(자기자본의 25%)에 채무보증을 추가한다.
상호금융조합은 부동산, 건설, 도소매 등이 아닌 법인대출의 충당금 적립률을 낮춘다.
저축은행의 기업대출 건전성 분류 방식도 완화하고, 캐피탈사의 온렌딩대출은 레버리지비율(10배) 산정에서 제외한다.
금융위 김용범 부위원장은 "중소금융업권의 충당금 부담은 약 760억원 경감돼 생산적 분야로의 지원 여력이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처럼 기업대출에 대한 전방위적 규제 완화는 가계대출과 정반대 양상이다. 가계대출은 지난해부터 규제가 단계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이 40%로 낮아진 데 이어 다주택자 규제를 강화한 신(新)DTI가 시행되고,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도 도입된다.
그러나 일선 금융회사에선 시중자금의 흐름이 부동산으로 쏠리는 원인인 집값 급등을 잡지 못하는 한 자본규제의 효과가 반감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 시중은행 대출 담당자는 "가계대출 증가는 공급(은행)이 아닌 수요(대출자) 때문"이라며 "자본규제 강화만으로는 자금 흐름을 바꾸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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