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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관 인명피해 왜 컸나…'새벽 방화+인화성 물질+낡은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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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관 인명피해 왜 컸나…'새벽 방화+인화성 물질+낡은 건물'
54년 된 건물…의무설치대상 아니어서 스프링클러도 없어
후문·옥상 등 다른 대피로도 무용지물…대부분 사망자 질식사 추정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김예나 기자 = 서울 종로구 여관에서 20일 발생한 화재 참사는 새벽 시간대 인화성 물질에 의한 방화, 낡은 건물 구조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벌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소방당국과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께 종로5가 서울장여관에서 방화로 인한 불이 났을 당시 내부에는 모두 10명이 투숙해 있었다. 이들 중 5명은 화재로 숨지고, 나머지 5명은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부상자 가운데 1명은 119구조대가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고, 다른 1명은 스스로 대피했지만, 화상이 심해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처럼 인명피해가 컸던 1차 요인은 인화성 물질로 저지른 방화라는 게 소방당국의 설명이다.
술에 취한 채 여관 주인과 승강이를 벌인 방화 피의자 유모(53)씨가 홧김에 투숙객 대다수가 잠든 새벽에 출입구 등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댕기는 바람에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대부분 사망자의 사인이 질식사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방화범이 여관 입구에 뿌린 휘발유가 인화성 물질이다 보니 불이 삽시간에 번지고 다량의 연기가 퍼져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변 사람들이 소화기를 들고 꺼보려 했지만, 불길을 잡는데 역부족이었다.
맞은 편에서 다른 여관을 운영하는 홍모씨는 "불이 났다는 소리를 듣고 밖으로 나와 동생과 함께 소화기 10여대로 불을 끄려 했으나 꺼지지 않았다. 속수무책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해당 여관이 매우 낡은 점도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 여관은 연면적 103.34㎡의 지상 2층짜리로 1964년에 사용승인이 난 건물이다. 지은 지 54년이 된 것이다.
객실 출입문은 나무로 돼 있었고, 건물 안에는 이불 등 가연성 물질이 많았으나 불이 났을 때 자동으로 물을 뿌려줄 스프링클러는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프링클러는 건물용도와 연면적에 따라 의무 설치 여부가 결정되는데, 이 여관은 두 가지 중 어느 쪽으로도 의무설치 대상이 아니라고 소방당국 관계자는 설명했다.
여관 출입구에 큰 불길이 치솟은 상황에서 후문은 투숙객이 찾기 어려운 곳에 있어 평소 거의 사용하지 않고, 그 주변은 철제·벽돌 담장 등으로 막혀 있어 대피로 역할을 못 했을 것으로 보인다.
옥상 또한 대피장소로서 역할을 하지 못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여관의 3층 옥상에는 샌드위치 패널로 가건물이 만들어져 있었는데, 이곳은 이불 등을 보관하는 창고로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문에서 불이 나고, 후문은 어딨는지 알 수 없고, 옥상은 막혀 있으니 깨어있었거나, 잠에서 깬 투숙객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 상황에 부딪혔을 수 있다.
투숙객이 대부분 잠들었을 오전 3시에 불이 난 점도 인명피해를 키운 요인으로 작용했다.
여관 근처 유통업체에서 일한다는 김모씨는 "사람이 돌아다니는 대낮에 불이 났으면 소리라도 질러 도망치라고 알려줬을 텐데 안타깝다"며 혀를 찼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방화는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려는 목적성이 있어서 방화범이 작정하고 피난 통로인 입구에 불을 지른 것으로 추정된다"며 "옥상도 막혀 있었다고 하면 인명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2층이면 불이 났을 때 창문으로 뛰어내리면 살 수 있는데 오밤중에 일어난 불이다 보니 인명피해가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며 "화재 인지가 늦으면 대피도 늦어져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run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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