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무죄 무전유죄 불만" 밀입북 60대 징역형 선고
부산지법, 국가보안법 위반 "대한민국 존립·안전 위협"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유전무죄·무전유죄인 남한 사법제도 때문에 억울한 징역살이를 했다"며 불만을 품고 밀입북한 60대 남성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9단독 이승훈 판사는 국가보안법 잠입·탈출과 회합·통신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65) 씨에게 징역 3개월을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판결문에 나타난 범죄사실을 보면 A 씨는 2008년 교도소 수감 중 탈북자 B 씨로부터 "북한에는 생활비, 집을 공짜로 주고 교육도 무료, 세금도 없다. 남한 사람들도 압록강을 건너 북한으로 많이 넘어간다"는 말을 들었다.
복역 후에도 A 씨는 건설현장 등에서 알게 된 탈북자에게 북한 정보를 듣다가 2011년 7월 행인을 때린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자 북한으로 탈출하기로 했다.
북한에 가서 '부자는 죄를 지어도 감옥에 가지 않고 자신처럼 돈 없는 사람만 억울하게 징역살이를 한다'며 남한의 형사 사법제도를 헐뜯을 목적이었다.
2012년 7월 출소한 A 씨는 선원 일을 하며 경비를 모으고 여권을 발급받는 등 5개월간 준비를 거쳐 실제 밀입북을 시도한다.
그해 12월 인천에서 배를 타고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에 도착한 A 씨는 보름간 압록강 변을 살피다가 썰물로 수위가 낮아지자 걸어서 강을 건너 평안북도 신도군의 북한군 초소에 도착했다.
밀입북에 성공한 A 씨는 북한군과 정부 조사관에게 입북 동기, 출생·성장 과정, 학력, 사회경력, 경제 상황 등을 조사받았다.
조사 과정에서 A 씨는 "남한에서 억울하게 징역살이를 했다"며 "북한에 가면 집, 식량, 일자리도 준다는 탈북자 말을 듣고 넘어왔다"며 남한 예비군·민방위 훈련 제도, 부산지역 부두 등에 관해 설명했다. 조사 외 시간에는 북한 지도부 행적을 찬양하는 북한 방송을 시청했다.
A 씨는 이후 북한에서 추방돼 다시 남한으로 되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판사는 "대한민국 기본질서와 생활에 불만과 환멸을 느껴 반국가단체인 북한 구성원이 되려고 밀입북한 행위와 북한 구성원과 회합한 혐의가 인정된다"며 "대한민국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인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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