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 섬을 품은 국내 최대 갯벌…면적 331.1㎢
펄갯벌·모래갯벌·암반서식지 공존… 훼손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

(신안=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느려서 더 행복한 섬'
어둑한 이른 아침, 무안 해제에서부터 다리를 두 번 건너자 자연이 감춰놓은 것마냥 옅은 안개에 둘러싸인 신안 증도가 모습을 드러냈다.
푸른 바다를 지나 마을로 들어섰다. 국내 최대 단일 염전이자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된 태평염전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눈에 들어왔다.
섬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자 증도 명물 짱뚱어 다리가 나타났다.

겨울 갯벌은 가지만 앙상하게 남은 황량한 겨울나무처럼 고요했다.
그러나 진회색 갯벌 위로 해가 드리우자 이곳에도 아침이 시작됐다.
간조에 맞춰 물이 빠진 갯벌은 얼핏 보면 마른 논바닥처럼 곳곳이 갈라지고 구멍이 나 있다.
수많은 갯벌 숨구멍은 갯지렁이부터 조개류, 짱뚱어, 게, 낙지가 칠흑 같은 펄 속 생태계가 한겨울에도 건재함을 짐작게 했다.

해가 뜨자 파란 집게가 인상적인 칠게가 적막을 뚫고 펄을 활보하기 시작했다.
신안 갯벌센터 관계자는 "겨울에는 갯벌 생물이 활동을 잘 안 하는데 칠게는 워낙 먹성이 좋아 해가 뜨면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다"고 웃었다.
증도에는 짱뚱어와 칠게만큼이나 칠게를 먹이로 삼는 낙지도 많다는 자랑도 빼놓지 않았다.

근해형 다도해 갯벌을 대표하는 신안은 증도처럼 펄 갯벌뿐 아니라 모래갯벌, 암반서식지가 복잡하게 형성돼 있다.
조하대와 조수로를 포함하면 804.59㎢에 이르는 넓은 면적에 다양한 지형 특성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1천 개가 넘는 섬으로 구성된 신안은 순수한 갯벌 면적만도 331.1㎢에 달해 우리나라 갯벌의 14%를 차지하고 있다.
증도와 군청 소재지인 압해도 등 다도해 안쪽 섬들은 펄 갯벌이 사방을 둘러싸는 형태로 발달한다.
섬과 섬 사이에 발달한 조수로를 따라 넓은 펄 갯벌이 발달한다.
임자도, 증도, 자은도, 비금도 등 서해를 향해 노출된 다도해 가장자리 섬들은 서쪽 해안에 모래갯벌, 조수해빈과 사구 등이 해안선과 수평한 방향으로 좁게 발달한다.
이 섬들 사이 수로를 통해 부분적으로 모래갯벌이 형성되는 곳도 있다.

신안갯벌은 내측에 두께 25m 이상의 두꺼운 펄 갯벌층이 퇴적돼 있음에도 아직 조수로가 깊게 발달하고 고도가 높은 섬들이 존재해 중기 단계의 펄갯벌 발달 수준을 보인다.
넓은 갯벌 면적만큼이나 서식생물도 다양하다.
남도가 음식 고장으로 우뚝 선 데에는 육지뿐 아니라 이곳 갯벌의 풍부한 소출도 한몫했다.

복잡한 해안선과 육지, 섬을 따라 형성된 펄 갯벌에는 게르마늄과 영양이 풍부해 조개류와 게, 상위 포식자인 낙지 등이 다양하게 서식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펄 갯벌은 바다의 밥상으로 불릴 만하다.
다른 포식자들의 먹이가 되는 갯지렁이부터 고막·바지락·백합 같은 다양한 조개류가 서식한다.
칠게, 농게, 낙지도 풍부하다.
생물 종이 다양하다 보니 상위 포식자인 백로를 비롯한 물새들도 펄 갯벌을 자주 찾고 다양한 해조류도 발달했다.
펄 갯벌이 많은 지역에서는 간조에 맞춘 재래식 물고기잡이 방식도 발달했다.
대표적인 방식은 갯벌에 소나무 말목을 반타원형으로 박고 그물을 둘러 물고기를 잡는 개막이로, 관광객 어촌 체험행사로도 유명하다.
바닷물이 거의 다 들면 윗줄을 들어 그물을 펼치고 물이 빠지면 얕은 물에 있는 물고기를 잡는데, 주로 봄·가을에 숭어, 전어, 모치와 잡어들이 많이 잡힌다.

갈고리처럼 네 개 바늘이 달린 낚시를 갯벌 위로 던져 짱뚱어 가까이에 다다르면 재빨리 낚아채는 짱뚱어잡이나 얕은 물가에서 혼자 들 수 있는 손 그물을 던져 그 안에 잡힌 물고기를 잡는 투망질도 발달했다.
모래갯벌에는 물새 먹이가 되는 달랑게와 황해비단고둥, 옆새우류 군집이 발달한다.
암반서식지는 검은머리물떼새가 번식지로 이용하며 불가사리 먹이인 부착해조류와 삿갓조개류, 굴 군집이 발달한다.
신안갯벌은 붉은어깨도요를 포함해 멸종위기 14종과 서해 고유종인 저어새, 노랑부리백로 등 35개 한국 고유종이 출현한다.
신안 갯벌센터 관계자는 "신안갯벌은 촌스러운 풍경만큼이나 훼손되지 않은 다양한 서식지와 생물 종을 자연 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보호 가치가 크다"고 말했다.
are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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