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또다른 민족분쟁 조짐…로힝야족 다음은 '라카인족'
"우리를 노예로 여긴다" 대규모 시위…경찰, 유혈진압 이어 지도자 체포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반군이 촉발한 유혈사태의 충격파가 채 가시지 않은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州)에서 또 다른 민족 갈등이 불거질 조짐을 보인다.
'아라칸족' 또는 '라카인족'으로 불리는 불교계(소승불교) 소수민족 주민들이 전통행사 개최를 불허한 연방 정부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자, 경찰이 실탄을 발사해 유혈 진압한 데 이어 '무장봉기'를 촉구한 국회의원까지 체포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19일 현지 언론과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얀마 경찰은 전날 아라칸족 출신의 하원의원인 아예 마웅을 체포해 라카인주 주도 시트웨 감옥에 구금했다.
경찰에 따르면 그는 지난 15일 한 지역 행사에서 "버마족은 라카인 주민을 노예로 여기며 동등한 권리를 주지 않는다"며 버마족 중심의 중앙정부를 비판하면서 "우리의 주권을 되찾는 길은 조직을 갖추고 무장 투쟁을 벌이는 것이며, (정부가 약한) 지금이 적당한 시기"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라카인족을 대표하는 그의 발언이 지난 16일 고대 아라칸 왕국의 수도인 먀욱-우에서 불거진 유혈시위의 촉매가 됐다고 보고 있다.
당시 먀욱-우 주민 수천 명은 신고되지 않은 집회를 열고 시 청사 진입을 시도하며 돌팔매질을 했고, 경찰은 시위대에 실탄을 발사해 7명의 사망자와 12명의 부상자를 낳았다.
고대 아라칸 왕국의 수도였던 먀욱-우 주민들은 매년 12월 15∼16일에 전통 씨름 등 행사를 통해 아라칸 왕조를 기념하는 행사를 개최해왔다.
그러나 당국이 지난해 12월 열릴 예정이던 아라칸 왕조 소멸 223주년 행사를 불허한 것이 시위를 촉발한 직접적 원인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라카인족의 갈등 표출은 안 그래도 소수민족과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는 아웅산 수치의 문민정부에 또 다른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미얀마는 독립 후 70년간 소수민족 반군과 정부군 간에 내전 수준의 무장대결이 끊이지 않았고, 최근에는 핍박받던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내에서 반군활동이 시작되면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는 상황이다.
특히 65만 명이 넘는 국경 이탈 난민을 유발한 미얀마군의 로힝야족 반군 토벌작전은 '인종청소' 논란까지 불러일으키면서 실권자인 수치와 미얀마 정부를 궁지에 몰아넣은 상황이다.
수치도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최근 라카인족 유혈시위 피해자에 대해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하고 철저한 조사를 약속하면서 사태를 진정시키려 하고 있다.
경찰이 무력을 사용해 시위대를 강경 진압하고 무장봉기를 부추긴 의원을 체포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된 듯하다. 그러나 주류인 버마족에 대한 라카인족의 불만은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잠재워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현지 정치분석가인 리처드 호시는 AFP통신에 "이번 사건(경찰의 시위대 유혈진압)이 라카인족 주민 불만의 피뢰침이 되어 상황을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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