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바가지 썼다" 비꼰 런던 미국대사관 조용히 개관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영국 방문 취소 사유를 제공한 런던 미국 대사관이 16일(현지시간) 개관했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미국은 기존 런던 그로스베너 광장에 위치했던 대사관을 남쪽의 나인 엘름스 지역에 새 건물을 지어 이전했다.
과거 산업지구였다가 재개발된 템스 강변 지역에 들어선 12층짜리 신축 미 대사관은 정육면체 유리벽에 플라스틱 외장재를 둘렀다.
트럭 폭탄 공격을 막기 위해 한쪽 면에는 벽을, 다른쪽 면에는 초승달 모양의 연못(해자)을 설치했다.
신축 미 대사관을 짓는데는 10억 달러(한화 약 1조600억원)가 들었다. 이로써 미국이 세계 각국에 세운 대사관 중에 가장 비싼 건물이 됐다.
미국 정부는 기존 대사관을 현재의 보안 기준에 맞춰 업그레이드하려면 수억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판단해 이전을 결정했다.
기존 미국대사관 건물은 카타르 정부 펀드에 매각돼 럭셔리 호텔로 변신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영국 방문을 취소하면서 그 사유로 신축 미 대사관을 들었다.
그는 트위터에 "내가 런던 방문을 취소한 이유는 런던에서 최고 위치에 있는 최상의 대사관을 껌값에 팔아치우고 12억 달러(약 1조3천억원)를 주고 후진 곳에 새 대사관을 지은 오바마의 팬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바가지 썼다"며 "나더러 (개관식 축하) 리본을 끊으라고 하다니 어림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 전 행정부를 비난했지만 실제 대사관 이전 계획은 2008년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결정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 취소로 이날 개관은 특별한 행사 없이 조용히 진행됐고, 몇몇 사람만이 공식적인 업무를 위해 대사관을 찾았다.
미국 대사관을 사유로 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런던 방문 취소는 대규모 시위를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 취소 소식을 들은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트위터에 "그의 정책들과 행동들이 포용과 다양성, 관용이라는 런던의 가치와 정반대에 있다고 여기는 많은 런던 시민들의 메시지를 트럼프 대통령이 들은 것 같다"면서 "그의 방문은 틀림없이 대규모 평화 시위에 부닥쳤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당 의원들과 시민운동가, 노동단체 등은 '스톱 트럼프(Stop Trump)' 연대를 결성해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 때 영국 역사상 최대 규모 시위를 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앞서 영국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자마자 트럼프 대통령에게 영국 국빈 방문을 제안했지만 여전히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pdhis95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