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여성 경제활동 여건 개선해야 저출산 문제도 풀린다
(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고위공무원단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을 10%까지 높일 것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16일 국무회의에서 "2022년까지 여성 고위공무원단을 현재 6.1%에서 10%, 또 공공기관 여성 임원을 10.5%에서 20%까지 높이는 여성 관리자 임용목표제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국무회에서는 인사혁신처가 마련한 '정부기관 근무혁신 종합대책'이 보고됐다. 여기에는 만 5세 이하 자녀를 둔 공무원이 같은 보수를 받으면서 최대 24개월 동안 하루 2시간씩 단축근무를 하게 하는 방안도 담겼다. 현재는 생후 1년 미만의 자녀를 둔 공무원에 한해 하루 1시간씩 단축근무를 할 수 있다. 대책은 또 임신한 여성공무원이 하루 2시간씩 단축근무를 할 수 있는 '모성보호 기간'을 현재의 '임신 12주 이내 또는 임신 36주 이후'에서 '임신 기간 내내'로 늘리기로 했다. 배우자의 출산휴가도 현행 5일에서 10일로 늘린다. 인사처는 이런 내용이 담긴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개정안을 이달 안에 입법 예고한 뒤 3월 말이나 4월 초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인사처는 "저출산 문제 해소를 위해 신혼부부와 육아기 공무원이 안심하고 출산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고위공무원단과 공공기관 임원의 여성 비율을 대폭 높이기로 한 것은 환영할 만한 정책이다. 우리나라는 '인적자원으로 먹고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인적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인구의 절반인 여성이 공공부문은 물론 민간부문에서도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제도적·사회적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현행 6.1%에 불과한 고위공직자 여성 비율은 35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기도 하다. 공무원 5급 공채와 변호사 시험의 여성 합격자가 절반가량 되고, 7·9급 공채에서는 여성 합격자가 60% 정도를 차지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초대 내각을 구성할 때도 장관급 19명 가운데 31.6%인 6명을 여성으로 임명해 불합리한 현실을 타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현재 3%에도 미치지 못해 역시 세계 최하위권인 민간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도 정부의 이런 정책에 자극받아 획기적으로 높아지기를 기대한다.
임신하거나 육아기에 있는 여성공무원의 모성보호시간과 육아 시간을 대폭 늘리는 것도 심각한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저출산 문제 해결에 상당한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은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가임기 여성이 평생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의 수)이 2016년 1.17명에서 2017년에는 1.06∼1.07명으로 떨어진 것으로 예상한다. OECD 회원국 가운데 꼴찌다.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을 기준으로 지난해 출생아 수는 36만2천867명으로, 2016년 41만1천859명에서 11.9% 줄었다. 한해 출생아 수 40만 명 선이 무너지면서 사상 최대 감소 폭을 보인 것이다. 정부는 2006년부터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에 따라 지난해까지 126조 원의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최근 지적한 것처럼 여성이 경제활동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사회적 여건을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 주거와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여성 직장인들의 출산·육아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여성이 육아 부담을 혼자서 떠안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 여성 인력 차별을 없애고 여성이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궁극적으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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