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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처럼 지켜줘 고맙습니다" 경비원 임금 인상한 아파트 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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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처럼 지켜줘 고맙습니다" 경비원 임금 인상한 아파트 활기
울산 리버스위트 입주민 최저임금 인상에도 경비원 고용유지…서로 감사 인사

(울산=연합뉴스) 장영은 기자 = "가족처럼 지켜줘서 고맙습니다."
16일 울산시 중구 태화동 태화교 입구에 자리한 29층짜리 리버스위트 주상복합 아파트 1층 경비실.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같은 공간에 있는 경비실에는 박달서(63) 경비조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오전 7시부터 출근해 일하는 그는 상가나 아파트를 방문하는 차량과 운전자들을 일일이 확인하며 인터폰으로 응대하고 출입문을 열어줬다.
경비실 책상에는 전화기와 인터폰이 여러 대 놓였고 벽에도 방송기기, 소방 관리기기, 아파트 내외부 주차장과 엘리베이터 등의 폐쇄회로 TV를 들여다볼 수 있는 모니터 10여 대가 들어차 빽빽했다.
상가까지 포함해 232가구가 사는 이 아파트에서는 경비원 4명이 2명씩 24시간 맞교대로 근무하는 시스템이었다.
이 아파트 입주민들은 올해 최저임금이 시급 7천530원으로 16.4%나 인상되었지만 지난달 설문조사 방식의 투표를 통해 경비원과 미화원(2명)의 인원을 조정하지 않고 임금을 올려주는 상생의 길을 택해 화제를 모았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경비원의 임금이 오르자 경비 인력을 줄이는 등 구조조정하는 아파트가 잇따르고 있지만 이 아파트 입주민들은 '돈보다 사람이 먼저'라며 나눔과 상생의 본보기를 보여준 것이다.

박 조장은 입주민들이 구조조정 대신 임금 인상을 결정해준 데 대해 "경비원들과 미화원들을 공동체의 일원으로 생각해줘 고마운 마음뿐"이라고 다시 감사해 했다.
그는 "걱정스러웠지만, 입주민들이 '힘내라'고 용기를 주었고 항상 가족처럼 생각해주셨다"고 덧붙였다.
울산의 한 제조업체에서 정년퇴직한 박 조장은 대학교에서 경비 교육과정을 밟고 2016년 9월부터 1년 4개월째 이 아파트에서 일하고 있다.
입주민들도 아파트와 주민들을 위해 고생하는 경비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었다.
복사기를 이용하려고 관리사무소를 찾은 한 입주민은 "경비 아저씨들은 입주민들의 안전을 지키고 보호해주는 가족 같은 분들인데 안 계시면 우리가 더 불편하고 힘들다"며 "최저임금이 오르면 당연히 임금을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박금록 아파트 입주민대표회의 회장은 "경비원 최저임금 인상으로 관리비가 가구당 9천원을 더 내야 했지만, 68%가 임금 인상에 찬성했고 입주민들도 이런 대다수 의견을 따라줬다"며 "경비원과 미화원이 만약 우리 가족이라면 어떨까 하는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모두 상생하는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족처럼 우리 재산과 생명을 보호해주는 경비원과 미화원들에게 입주민으로서 항상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아파트는 2016년 10월 태풍 차바 때 지하 주차장이 물에 차 차량 수백여 대가 침수되는 큰 피해를 봤다. 박 회장과 박 조장도 그 당시 함께 위기를 이겨냈다.
이후 힘겹게 재기한 아파트 입주민들은 지난해 큰 홍수 피해가 발생한 청주 시민들을 돕기 위해 가구당 1만원씩 거둬 기부하기도 했다.
"매일 아침 교대 시간마다 동료 경비원들과 모여 '고미사(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합니다)'로 파이팅을 외치고 일을 시작한다"는 박 조장은 앞으로의 소망을 묻자 "할 수 있는 한 계속 경비일을 하고 싶고, 정부에서 노인 일자리 창출에도 더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you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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