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리포트] 애플 홈페이지의 마틴 루터 킹 추모와 애플의 '옳은 일'
"중국의 애플 공급업체 직원들 열악한 근로조건 외면하며 킹 목사 추모?" 비판도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 "옳은 일을 하는 데 적기는 없다(The time is always right to do what is right)"
애플이 15일 미국 인권 운동의 상징 격인 마틴 루터 킹 목사를 기념하는 '마틴 루터 킹의 날(MLK' DAY)'에 홈페이지에 올린 킹 목사의 어록이다.
늘 최신 제품을 홈페이지 메인에 올려놓는 애플은 지난 2015년부터 이 기념일만큼은 킹 목사의 사진과 그의 명언 중 하나로 페이지를 장식한다.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이 킹 목사를 각별히 존경하고 기리는 것은 보기에 좋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2013년 11월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도 킹 목사의 이 말을 인용하면서 애플이 '옳은 일'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킹 목사의 수많은 명언 가운데 애플이 올해 기념일에 이 말을 택해 올린 것도 쿡 CEO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과연 애플이 지금 옳은 일을 하고 있는지, 특히 다양성과 인권 존중이라는 측면에서 애플이 킹 목사의 유지에 충실한지에 의문을 제기한다.
IT 전문매체 벤처비트는 킹 목사의 역사적인 워싱턴 연설 '나에게는 꿈이 있다(I Have A Dream)'의 "흑인은 100년 전 법률적으로 해방됐지만, 사실은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거대한 물질 번영의 한 복판에서 외로운 빈곤의 섬 속에 살고 있다"고 말한 부분을 인용하면서 "킹 목사는 (인권 해방을 위한) 법 개정뿐 아니라 경제적 불평등에 대해서도 우려했다"고 지적했다.
애플은 매년 엄청난 수익을 내면서 경영진과 주주들이 '돈 파티'를 열고 있지만 정작 종업원들, 특히 중국의 애플 제품 생산 종사자들은 저임금에 허덕이고 있다는 것이다.
킹 목사는 50년 전 최저 시급 2달러(요즘 시세로 15.88달러)를 요구했지만, 지난 2016년 '중국노동감시'에 따르면 중국의 애플 공급업체 노동자는 1.6달러의 시급을 받고 있다고 벤처비트는 지적했다.
인권단체들은 '애플이 설계하고 중국에서 만드는' 대부분의 애플 제품 생산자들이 저임금과 과도한 초과 근무, 열악한 기숙사 조건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개선을 촉구해왔다.
벤처비트는 "배터리나 프로세서의 결함 등 기술의 문제 이상으로 인권 이슈는 많은 사람, 심지어 애플 팬들조차도 애플 제품을 불편하게 느끼도록 하는 주된 요인"이라면서 "오늘날 중국 애플 노동자들이 '빈곤의 외로운 섬'에 살고 있다는 말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애플은 이런 문제가 제기되면 '현지 제조업체의 책임'이라고 떠넘기면서 상황 개선을 위한 노력의 하나로 매년 '공급업체 책임 보고서'라는 것을 작성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내 애플 공급업체의 98%가 주당 최대 60시간 근로에 시간당 1.6달러, 연간 5천 달러(54만 원) 미만의 급여를 받는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애플은 지난 3개월간 1억 대 이상의 기기를 판매했다. 애플 앱스토어에서 iOS 개발자들이 지난해 벌어들인 265억 달러 의 가운데 30%는 애플이 챙기고 있다. 애플의 현금 보유고는 2천500억 달러(270조 원) 안팎인 것으로 추산된다.
벤처비트는 "중국 이외 지역의 직원들도 낮은 보상과 장시간 노동을 불평하고 있지만, 애플 임원들은 애플의 직원이 된 것 자체가 특권이라며 이를 정당화해왔다"고도 했다.
실리콘밸리의 한 관계자는 "애플로서는 자신들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비판들이 서운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인간의 미래와 혁신을 추구한다고 말하는 세계 최고의 기업이 그에 걸맞은 '옳은 일'을 하라는 것은 부당한 요구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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