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철 책 출간…"언어 민주주의로 본 노무현과 문재인 이야기"
'세상을 바꾸는 언어' 출간…'민주주의 수단'으로서의 언어 조명
"언어야말로 민주주의 저력"…대선 등 정치 소재 비중은 적은 편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민주주의 수단'으로서의 언어를 소재로 한 책을 펴냈다.
'세상을 바꾸는 언어'라는 제목에 '민주주의로 가는 말과 글의 힘'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양 전 비서관이 대선이 끝난 후인 지난해 5월 25일 뉴질랜드로 출국한 뒤 계속 외국에서 지내는 동안 집필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비서관은 15일 책을 펴낸 출판사 메디치미디어의 보도자료를 통해 "'세상을 바꾸는 언어'를 쓰기로 결론 내린 것은 노무현, 문재인 두 분의 가치를 내 나름의 방식으로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서다"라고 밝혔다.
양 전 비서관은 "두 분은 상당히 다르지만 많이 비슷하다"면서 "그중 하나가 말과 글, 즉 언어를 통해 국민과 소통하는 일을 대단히 중히 여긴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른 일로도 두 분 대통령을 보좌했지만 언어라는 지점에서 나는 두 분과 더 깊게 만났다"면서 "'언어 민주주의' 관점에서 두 분을 얘기하고 싶었고 민주주의를 얘기하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양 전 비서관은 "지난 세월 투쟁의 언어, 자본의 언어, 권력의 언어를 모두 경험했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공감의 언어였다"며 "나는 권력의 힘, 돈의 힘보다 언어의 힘이 강한 사회를 꿈꾼다"고 적었다.
양 전 비서관은 "언어의 힘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저력"이라면서 "전체주의로 상징되는 권력의 힘, 신자유주의로 상징되는 돈의 힘으로 국민 마음을 얻는 시대는 끝났다"고 밝혔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양 전 비서관은 우리나라가 단기간에 민주주의를 이룬 탓에 '빈틈'이 많다는 점을 지적하고 민주주의가 완성 단계에 이르려면 작은 일과 작은 언어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 언어 안에 담긴 성격을 평등·배려·공존·독립·존중이라는 다섯 가지 키워드로 정리하는데 민주주의적 가치가 바로 서려면 이런 가치가 담긴 언어를 쓰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 전 비서관은 책에서 우리나라를 '고성 사회'로 규정하면서 '힘을 빼고 말할수록 언어의 힘이 빛난다고 강조한다.
문 대통령이 2012년 대선에 도전했을 당시 기존 유세 방식을 버리고 토크 콘서트 방식으로 변화를 시도한 것을 비롯해 전임 정부에서의 '국정농단 정국' 당시 촛불집회 등이 그 구체적 사례로 제시됐다.
양 전 비서관은 일본어가 우리 언어에 깊숙이 침투했다고 분석하면서 '언어 민주화'만큼이나 '언어 독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양 전 비서관은 "일제가 남긴 일본식 지명이 광복 70년이 지난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어느 지명이 일본의 잔재인지 철저히 조사부터 하고 틈나는 대로 차근차근 이를 바꿔나가는 중장기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세상을 바꾸는 언어'는 총 236쪽 분량이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주진우 시사인 기자가 추천사를 썼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이번 책에서 2012년과 2017년 대선 뒷얘기 등 정치와 관련한 이슈의 분량이 적다는 게 눈에 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신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만큼 대선 후일담과 정치복귀, 출마 등과 관련한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책의 후반부 '존중의 언어' 부분의 소주제인 '다음 대통령 조건' 정도가 정치 관련 내용으로 보인다.
앞서 양 전 비서관은 지난달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집필 중인 책과 관련해 언급한 바 있다.
양 전 비서관은 당시 "언어를 매개로, 우리 민주주의가 더 성숙해져야 할 내용과 방향을 모색하는 책"이라며 "새 정부에 무엇이라도 보탬이 되는 일을 해야겠다 싶어서 책을 통해 내 생각과 견해를 시민과 나누려고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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