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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 "음악 꼴도 보기 싫던 암흑기 거쳤죠…위로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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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 "음악 꼴도 보기 싫던 암흑기 거쳤죠…위로하고 싶어요"
5년 만에 5집 '레스큐' 발매…"그루비룸과 작업하며 힘 얻어"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가수 윤하(30)의 공백은 길었다. 간간이 피처링이나 OST(오리지널사운드트랙)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지만, 오롯이 그가 쓰고 부른 정규앨범은 2012년 7월 발표한 4집 '수퍼소닉'(Supersonic)이 마지막이었다.
그랬던 윤하가 5년 5개월 만에 침묵을 깨고 돌아왔다. 15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마주 앉은 그는 지난달 27일 낸 5집 '레스큐'(Rescue)를 꺼내 들었다. "다섯 번 엎어지면서 나와서 5집인가 싶을 만큼 시행착오가 많았다"면서 생긋 웃는 윤하의 금발이 겨울 풍경 속에 화사해 보였다.



단도직입적으로 왜 이렇게 오래 걸렸느냐고 물었다.
"3년 전부터 1년 전까지 깊은 암흑기였어요. 음악이 너무 재미없었거든요. '내가 만든 음악이 좋지 않네? 그만둬야 하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목소리도 좋지 않았고요. 계속 음악을 두드리는데 열리지 않았어요. 귀가 가득 찬 느낌이라 음악은 꼴도 보기 싫었어요."
윤하는 그 시절을 '번아웃'(소진현상)이라는 단어로 회고했다. 2004년 일본에서 열일곱 살에 데뷔해 '오리콘 혜성'으로 떠오른 뒤 정신없이 달려오면서 자신을 조금씩 잃어버렸다고 했다.
"너무 많은 사람을 만난 게 원인이지 않을까요. 진심과 겉핥기식 관계를 분간하기 어려운 직업이니까요. 어릴 때 일을 시작하면서 어른들 눈치도 많이 봤고요. 그런 게 10년 넘게 조금씩 쌓이면서 '더는 못하겠다', '난 내가 없는 건가?' 느낀 것 같아요."



윤하는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기운을 되찾았다고 했다. 5집의 이름 '레스큐'도 우리말로 '구조'라는 뜻. 트랜디한 프로듀서팀 그루비룸(박규정 24, 이휘민 24)과 작업하며 음악의 기쁨을 다시 느꼈다고 설명했다. 평소 록과 밴드 사운드 스타일에서 벗어나 힙합과 R&B를 시도한 것도 그 때문이다.
윤하는 "이기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제 모든 어두운 기운을 이 앨범으로 해소한 것 같다"며 "워낙 취미도 없는 사람이라, 이렇게 했어야만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11곡의 수록곡은 윤하의 히트곡 '비밀번호 486'처럼 통통 튀지도, '기다리다'처럼 처연하지도 않다. 우울한 정서를 가벼운 질감으로 툭툭 건드리고 지나간다.
그루비룸이 작곡하고 서지음이 가사를 쓴 타이틀곡 '퍼레이드'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화사하게 풀어낸 노래다. 윤하는 "처음 곡을 받았을 때 너무 귀여운 척하는 것 같아서 못 할 줄 알았다"면서도 "그래도 얼추 괜찮게 한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첫 번째 트랙 '레스큐'(RescuE)는 밴드 칵스가 영어로 노랫말을 쓴 곡이다. 'You don't have to try to be a shining sun, The most beautiful thing is the moon reflecting the light'(빛나는 태양이 되려고 하지 않아도 돼, 가장 아름다운 건 빛을 반사하는 달이야)라는 가사는 윤하가 자신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이라고. "우리말로 하기 쑥스러운 감정을 영어로 번안해 담았다"고 했다.



윤하는 앞으로의 음악 계획에 대해 "그때그때 나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욕먹지 않을 작품을 만들겠다는 중압감에 시달리는 것보다 용감하게 꾸준히 싱글을 발표하겠다는 뜻이다.
그는 "지금의 제게 음악은 일기나 카카오톡과 같은 대화의 창구"라며 "작업의 끈을 놓치지 않고 어떤 형식으로든 노래를 빨리 들려드릴 방법으로 다가가겠다"고 약속했다.
또 우리 나이로 31살이 된 만큼 새해 목표는 "좋은 짝을 만나는 것"이라며 "그거 하나만 해도 성공한 인생"이라고 웃어 보였다.
인터뷰를 마칠 무렵, 긴 터널 같던 암흑기를 통과한 소감을 묻자 윤하는 한동안 고개를 갸웃하며 고민했다.
"주변 사람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 결국 나만 나를 구할 수 있다는 걸 배웠어요. 이번 앨범에서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얘기는 외로운 분들에게 '너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냐'거든요. 제가 이겨낸 걸 보고 나도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끝으로 3년 전의 윤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물었다. 1시간 전보다 표정은 한결 편안해 보였다.
"시끄럽고, 술이나 먹으러 나와라."


cla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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