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스 비자금 조성" 진술에도 개인횡령 결론낸 특검…후폭풍(종합)
"비자금 가능성 조사했지만 공범 못 밝혀"…횡령 당사자·임원 '조직적 범행' 부인
최근 검찰에 "과거 특검 등 수사에서 잘못된 진술 있었다" 자수서…태도 변화 주목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 의혹 등을 수사한 정호영 BBK 의혹사건 특별검사팀이 다스 내부 관계자로부터 조직적인 비자금 조성이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던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그러나 특검팀은 여러 관련자에 대한 조사 끝에 120억여원을 횡령한 다스 직원과 임원들이 진술한 '개인 비리'라는 주장에 더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해 결론을 내렸던 것으로 나타나 후폭풍이 예상된다.
다스에서 120억원의 수상한 자금이 회계처리된 사실이 뒤늦게 불거져 비자금인지 횡령한 돈인지를 놓고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정호영 전 특검이 14일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특검 수사진행상황' 자료에 따르면, 당시 특검팀은 다스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회계담당 손모 대리를 조사하면서 이런 진술을 받았다.
특검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은 손씨는 "경리팀장이던 채동영씨로부터 비자금 조성 사실을 들었고, 업무처리 과정에서 이를 알게 됐다"고 진술했다.
아울러 비자금 조성에는 김성우 전 사장과 권모 전 전무, 경리 직원 조모씨 등이 가담했다고 말했다.
손씨는 이후 진행된 추가 조사에서도 경리 직원 조씨 혼자서 횡령하는 것은 결재 시스템상 불가능하다며 사장, 전무의 지시가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씨와 김 전 사장, 권 전 전무 등은 특검 조사에서 손씨의 진술과 배치되는 주장을 내놓았다.
조씨는 횡령 사실은 인정했지만, 이는 친밀한 관계이던 협력업체인 세광공업의 경리 담당 직원과 공모해 상사들을 속이며 벌인 개인적인 비리라고 진술했다. 김 전 사장과 권 전 전무는 횡령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조씨가 횡령한 120억여원의 회삿돈이 개인 비리인지 조직적으로 조성한 비자금인지를 두고 다스 내부 관계자들의 진술이 엇갈린 것이다.
이 가운데 특검팀은 횡령 당사자인 조씨와 임원진의 주장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 전 특검은 기자회견에서 "다스의 비자금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경리 직원과 관련자를 모두 조사했지만, 단독 범행이라는 것 외에 전무와 사장이 공범인지 여부는 밝히지 못했다"고 밝혔다.
앞서 정 전 특검은 9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도 조씨의 진술 외에 단독 범행이라고 판단한 근거로 11가지 정황을 제시하기도 했다.
정 전 특검은 회사 차원의 이 돈이 수표로 인출돼 추적이 용이한 개인 계좌에 입금됐고 당사자들이 개인 자금과 섞어 관리하며 생활비 등으로 사용한 점, 임원진이 자금 현황을 점검하거나 조씨의 공범과 연락을 취한 일이 전혀 없는 점 등을 주요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최근 채동영씨 등이 "특검 수사 당시에는 새 대통령이 당선된 분위기 때문에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며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만큼, 특검의 이런 결론이 적절했는지도 검찰 수사에서 다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특검 수사 당시 조직적 비리 가능성을 부인했던 임직원 중 일부는 진술이나 입장을 바꾼 부분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검찰 수사에서 결론이 달라지거나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지 주목된다.
다스의 BBK 투자금 회수와 관련한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신봉수 부장검사)는 최근 김 전 사장과 권 전 전무 등을 소환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자수서를 제출받았다.
자수서에는 과거 특검 등 수사에서 다스의 실소유주 등과 관련해 일부 잘못된 내용을 진술한 적이 있으며, 이번 검찰 수사에서는 사실을 말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서울동부지검에 차려진 '다스 횡령 등 의혹 고발사건 수사팀'은 조만간 정 전 특검팀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sncwoo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