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전방 부대 전역병에 나무도장 깎아 선물하는 행정보급관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최전방 육군 28사단 GOP(일반전초) 대대에서 군 복무를 마친 이상훈(22) 예비역 병장은 작년 11월 전역을 하루 앞둔 날 저녁 점호 때 행정보급관 김만수(50) 원사로부터 선물을 받았다.
'이상훈'이라는 이름 석 자가 새겨진 도장과 반지였다. 김 원사가 손수 나무로 깎은 것이었다.
이 병장은 이튿날 전역 신고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 반지를 어머니 손가락에 끼워드렸다. 이를 사진으로 찍어 "GOP 대대에서도 자랑스럽게 생활했던 것처럼 사회에서도 열심히 살겠다"는 문자메시지와 함께 김 원사의 휴대전화로 보냈다.
육군은 14일 전역하는 병사에게 도장을 손수 깎아 선물하는 김 원사의 사연을 소개했다.
2011년 GOP 부대 행정보급관으로 부임한 김 원사는 최전방 부대에서 자랑스럽게 군 복무를 마친 병사에게 의미 있는 선물을 주려고 고민한 끝에 이름 석 자가 새겨진 도장을 만들어 주기로 했다.
도장이 자기 이름을 걸고 무언가를 증명하는 수단인 만큼, 사회에 나가는 병사에게 '자기 이름을 걸고 당당하게 살기 바란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모범적인 군 생활로 후임병에게 귀감이 된 병사에게는 도장과 함께 나무 반지도 깎아 선물한다. 도장을 만드는 데는 보통 3일이면 되지만, 반지는 2주 정도 걸린다고 한다.
김 원사는 전역하는 병사에게 반지를 주며 "사회에 나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 반지를 전해주고 잘 지켜나가기 바란다", "낳아주고 길러주신 어머니께 꼭 효도하라"고 당부한다.
2012년 GOP 대대에서 나온 김 원사는 도장과 반지 선물을 한동안 멈췄으나 2016년 11월 GOP 대대로 복귀하며 다시 시작했다. 지금까지 김 원사가 선물한 도장과 반지는 각각 110여개, 90여개에 달한다.
김 원사는 "이제는 눈이 침침해져 돋보기 없이는 작업하기 힘들지만, 선물을 받은 용사들이 기뻐할 생각을 하면 힘이 절로 난다"며 "21개월 동안 고생한 용사들이 군에 대한 애정을 갖고 사회에서도 훌륭한 사람이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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