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홈' 제주에서 커제에게 승리…'통쾌한 설욕'(종합)
엎치락뒤치락 명승부…상대전적 4승 10패로
(서귀포=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이세돌 9단이 '홈' 제주도로 '숙적' 커제 9단을 불러들여 통쾌한 승리를 거뒀다.
이세돌 9단은 13일 제주도 해비치호텔 로비에서 열린 '2018 해비치 이세돌 대 커제 바둑대국'에서 커제 9단에게 293수 만에 흑 1집 반 승을 거뒀다.
완벽한 설욕이다.
이번 대국은 이세돌 9단과 커제 9단의 14번째 맞대결이다. 두 기사는 2017년 11월 삼성화재배 준결승 이후 14개월 만에 마주 앉았다.
이전까지 이세돌 9단은 커제 9단에게 상대전적 3승 10패로 크게 밀렸다.
그만큼 설욕을 다짐하며 임한 무대였다. 제주도는 이세돌 9단이 가족과 함께 머무는 삶의 터전이기에 더욱 그랬다.
개막식에서도 "커제에게 빚이 많다. 그 빚을 조금이나마 갚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던 이세돌 9단은 이날 대국에서 귀중한 1승을 추가했다.
이세돌 9단은 지난 10일 중국에서 열린 동준약업배 세계바둑명인전에서 중국의 롄샤오 9단, 일본의 이야마 유타 9단 등 중·일 명인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도 이세돌 9단은 초반부터 좋은 흐름을 탔다. 돌가리기로 흑을 잡은 이세돌 9단은 먼저 전투를 걸며 주도권을 가져갔다.
그러나 커제 9단이 살아나 팽팽한 바둑이 됐다.
잘 막아내던 이세돌 9단은 우변에서 흑117수라는 큰 실수를 했다. '너무 느슨했다'는 평가다.
흐름은 백으로 넘어갔다. 그러나 이세돌 9단에게는 특유의 '흔들기'라는 무기로 우하귀에서 패를 내며 대혼전을 만들었다.
엄청난 수세에 몰렸던 이세돌 9단은 차츰 살아나기 시작했다.
커제 9단은 머리를 쥐어뜯었다.
이세돌 9단은 끝내 역전했다.
이세돌 9단은 끝내기 미세한 상황에서 조금더 정확한 마무리로 중국랭킹 1위 커제 9단를 제압하는 데 성공했다.
현장 해설자로 나선 김성룡 9단은 "이세돌 9단이 오늘만큼 재밌게 바둑을 둔 적이 없었다. 승률 그래프가 위에서 아래로 급격히 떨어지다가 다시 올라갔다"며 또 하나의 드라마를 쓴 이세돌 9단에게 박수를 보냈다.
이세돌 9단은 대국 후 인터뷰에서 "그동안 커제 9단에게 진 빚을 갚겠다고 했는데 커제 9단이 양보해 준 것 같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커제 9단은 "평소 존경하는 이세돌 선배님과 아름다운 제주도에서 대국해 기뻤다"며 "대국 후반에 나의 실수가 있었는데 선배님이 집중력을 발휘해 승리를 가져가는 모습을 보고 더욱 존경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기원·해비치가 공동 주최하고 현대자동차·북경현대가 공동 후원한 이번 대국 제한시간은 각자 40분에 초읽기 1분 1회씩이다.
우승자 이세돌 9단은 상금 3천만원과 현대자동차 소형 SUV 코나를, 커제 9단은 준우승 상금 1천만원을 받았다.
이날 해비치호텔에 마련된 이희성 9단과 이소용 바둑캐스터의 공개해설장에는 100여 명의 바둑 팬이 몰려 높은 관심을 보였다.
대국 전 개막식에는 원희룡 제주도지사, 이광국 현대자동차 부사장, 이민 해비치 호텔&리조트 대표, 송필호 한국기원 부총재, 유창혁 한국기원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원 도지사는 명예심판으로서 대국의 개시를 선언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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