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어가행렬 재현한 성화봉송…세계최초 5G 드론 봉송도(종합2보)
출발지서 성화 타오르자 "우와∼" 함성…봉송구간 내내 함께하는 시민도
국내 체류 외국인·결혼이주여성도 참여 '세계인의 축제'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김예나 기자 = 13일부터 나흘간 서울 순례 여정에 나선 2018 평창올림픽 성화가 조선왕조 어가를 재현한 행렬에 실리는 등 다채로운 행사 속에 봉송됐다.
이날 오전 8시35분께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매직스페이스에서 첫발을 뗀 성화는 월드컵경기장과 합정역사거리, 용산 전쟁기념관, 중구 서울로7017 등을 거쳐 오후 6시께 종로구 광화문네거리에 도착했다.
성화 불꽃은 다시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으로 옮겨져 이날 149번째 성화봉송 주자인 이홍배 황실문화회 종친회 이사장에게 전달됐다.
곤룡포를 입고 익선관을 쓴 채 성화봉을 든 이 이사장은 가마꾼 8명이 끄는 어련(御輦)에 올라앉아 짐짓 임금처럼 인자한 웃음을 지으며 좌우로 몰려든 시민들과 취재진을 향해 왼손을 흔들어보였다.
가마 앞에는 태평소와 북, 장구, 꽹과리, 징을 연주하는 취타대가 앞섰다. 붉은 옷과 갓·패랭이를 착용한 채 붉은 초롱을 든 행렬이 이들을 앞뒤에서 호위했다.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은 일제히 스마트폰을 들어 사진으로, 동영상으로 모습을 담았다. 한 기업에서 판촉물로 나눠준 방울 달린 소고를 흔들어 응원하기도 했다.
어가행렬은 광화문 앞에서 세종로공원 앞까지 행차한 뒤 봅슬레이 선수 출신 강광배 한국체육대 교수에게 성화 불꽃을 전달하고는, 광화문광장 좌우 도로를 한바퀴 도는 행차를 계속했다.
성화는 강 교수에 이어 사격 금메달리스트 진종오 선수를 거쳐 황창규 KT 회장에게 차례차례 전달됐다.
황 회장이 성화를 봉송할 때는 5세대(5G) 통신기술을 이용한 자율주행 '커넥티드카'가 옆에서 함께 달리는 모습도 보여줬다.
성화 불꽃은 KT 신입사원 260여명을 거쳐 역시 5G 기술을 적용한 드론에 탑재된 성화봉으로 옮겨졌다.
광화문네거리 '고종즉위40년칭경기념비' 앞에서 점화된 성화봉을 실은 드론은 5분간 KT 광화문사옥 앞까지 약 200m를 날아 이날 마지막 주자로 선정된 드론레이싱 선수 김민찬씨에게 무사히 인계됐다.
곧이어 김 선수는 이 성화를 광화문광장 중앙광장에 마련된 임시 성화대로 옮겼다.
성화는 앞으로 사흘을 더 서울에 머무르며 잠실운동장과 현충원 등을 순례한 뒤 경기 고양시·파주시·연천군 등을 거쳐 강원도로 향할 예정이다.
성화는 앞서 이날 오전 8시35분께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매직스페이스에서 첫발을 뗐다.
횃불 모양의 팻말과 '평창올림픽 파이팅', '평창?마포' 등이 적힌 펼침막을 든 시민들은 금빛 장식이 달린 흰 횃불대 위로 불길이 타오르자 일제히 "우와!" 하고 환호했다.
2014년 소치올림픽 예선에 참가한 프리스타일 스키선수 박희진씨는 서울 첫 주자로 참여하면서 "불을 꺼트리지 않고 올림픽 선수들에게 뜨거운 열정을 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전 9시께 눈을 맞으며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앞을 지난 성화는 '차붐'으로 불린 17번째 주자 차범근 전 감독에게 전달됐다.
미래의 축구 꿈나무 6명과 함께 성화를 봉송하게 된 차 전 감독은 "한국 축구가 지금 어렵지만,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다. 미래 한국 축구의 주인공들과 함께해 매우 기쁘고 영광스럽다"며 "평창 파이팅! 우리 미래 한국 축구 파이팅!"이라고 외치고 달리기 시작했다.
차 전 감독이 뛰기 시작하자 '차범근! 차범근!'이라는 함성이 울려 퍼졌다. 자녀들에게 "저분이 차범근 감독이야"라고 설명하는 한 남성의 표정은 자녀들보다 더 신이 난 듯 즐거움으로 가득했다.
현장을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도 성화봉송의 또다른 주인공으로 함께했다.
모자와 마스크를 쓴 채 응원하러 나온 시민 김모(60)씨는 "1988년 서울올림픽 성화봉송은 못 본 터라 마침 우리 동네가 성화봉송 구간이라고 해 시간 맞춰 운동하다 나왔다"며 "평창올림픽이 성황리에 잘 끝났으면 좋겠고 북한 선수들도 와서 좋은 성과를 내 남북이 하나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화가 이동하는 동안 맞은편에서 차를 타고 오던 이들도 창문을 내리고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인근 공사현장에서 작업하던 근로자들도 잠시 짬을 내 도로변으로 나와 행렬을 구경했다.
일부 시민들은 출발지인 상암동부터 주자들을 응원하며 봉송구간을 계속 따라올 만큼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한모(41)씨는 "이번이 아니면 성화봉송을 다시는 못 볼 것 같아 상암에서부터 계속 따라왔다"며 "쉬는 날이라 광화문에서 어가행렬이 끝나는 것까지 보려고 작정하고 나왔다"고 말했다.
인기 아이돌 멤버들이 봉송 주자를 맡은 구간은 팬미팅 현장을 방불케 할 만큼 열기가 뜨거웠다.
그룹 빅스 멤버 레오(본명 정택운)가 주자로 나서자 대구경 '대포' 렌즈를 장착한 카메라가 수십대 등장했다. 그룹 아이오아이(IOI) 출신 전소미가 등장한 서대문구 미동초등학교 인근에도 팬들과 취재진이 몰려 경찰이 통제선을 유지하느라 애를 먹었다.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들도 주자로 여럿 참여해 '세계인의 축제'라는 올림픽의 의미를 알렸다.
'비정상회담'에 출연하는 방송인 알베르토 몬디와 다니엘 린드만, 부르고스 크리스티안이 주자로 나섰고, 스리랑카 출신 결혼이주여성 페라라 헬레세게 이레샤 딜라니씨도 심보균 행정안전부 차관과 함께 성화를 들고 달렸다.
알베르토 몬디씨는 "영광이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하지만 세계가 하나되는 자리라는 생각을 하며 뛰려고 한다"며 "국적과 관계없이 모두가 함께하는 것이 올림픽 정신이므로 한국에서 이렇게 성화봉송에 참여하는 것이 큰 의미"라고 말했다.
이 밖에 서장훈 전 농구선수, 이상민 삼성썬더스 농구팀 감독, 정대세 축구선수, 양학선 체조선수, 평창올림픽 유치위원장을 지낸 조양호 한진 회장 등도 주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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