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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 못 걷는 화훼농가…수요부진·한파 "고비 또 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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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 못 걷는 화훼농가…수요부진·한파 "고비 또 고비"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올해 출하 가격이 좀 올라서 일이 풀리나 했더니…여지없이 고비가 찾아오네요."
600여 꽃 재배농가가 몰려있는 부산 강서구 화훼단지에서 국화재배를 하는 A 씨는 깊은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A씨 소유 3천㎡ 규모의 비닐하우스 4개 동에는 지난해 8월 심은 국화가 출하를 기다리며 빼곡하게 피어있었다.

하지만 올해 국화로 수익을 제대로 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A씨는 조그만 희망이 있었다고 했다.
13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그동안 국화 농가를 괴롭혀온 것 중 하나가 값싼 중국산 국화의 대량 수입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중국에 수해 등 천재지변이 잇따르면서 국화 수입물량이 대폭 줄어든 덕분에 국내 출하가격이 소폭 올랐다.
지난해 국화 1단(20송이)에 4천∼5천 원 하던 가격이 올해는 품질이 좋은 국화의 경우 1단에 1만원을 웃돌고 있다.
2016년 9월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으로 국내 꽃 수요가 대폭 줄어 화훼농가들이 된서리를 맞은 이후 국화 1단이 1만원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A씨는 "김영란법으로 국내 농가들이 재배를 잇달아 포기하면서 공급 물량이 줄어 가격이 올라간 측면도 무시하지 못한다"면서 "나도 지난해 도저히 버티지 못해 국화밭 규모를 조금 줄이고 토마토 재배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출하 시기가 다가오자 위기는 어김없이 또 찾아왔다.
국화가 생육하려면 비닐하우스 온도는 최소 20도 이상으로 유지돼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난방비 부담이 커지는 등 생산비용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올해는 부산에도 영하 10도의 한파가 찾아와 보일러를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A씨는 "1천 평 정도 되는 비닐하우스에 난방하려면 보름마다 3천 리터라는 많은 기름이 든다"면서 "여기에 지난 9일 인접 국화 농가에 보일러 과열로 불이나 비닐하우스가 잿더미가 되는 일을 목격하고는 전전긍긍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출하 시기 일손을 돕는 인부들의 임금 상승도 올해는 걱정거리다.

A씨는 "수확 철에는 평소 아르바이트생 3명을 썼는데 올해는 인건비를 올리는 게 불가피할 것 같다"면서 "올해는 한 번에 100∼150만 원이 드는 퇴비 비용마저도 아까워 한번 덜 뿌려야 하나 생각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는 손익분기점이 6천 원이었는데 올해는 훨씬 더 올라갈 것 같다"면서 "열심히 일해도 보람 없는 상황이 몇 년째 지속하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read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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