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평창가서 우리 썰매를"…'평창 쿨러닝' 간절한 일 기술진
자메이카 봅슬레이팀 장비 제작 일 프로젝트팀, 자메이카팀 출전권에 촉각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자메이카 봅슬레이팀의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권 획득을 당사국 자메이카 못지않게 염원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메이카 팀이 탈 썰매를 제작한 일본의 '시타마치(下町) 봅슬레이 프로젝트' 참가자들이다. 사연을 알고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도시 상가 지역에 산재하는 작은 공장들의 쇠퇴가 가속하자 7년 전인 2011년 도쿄(東京) 오타(大田)구에 있는 작은 공장들이 중심이 돼 눈썰매를 개발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시타마치 봅슬레이 프로젝트로 명명된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일본 소규모 공장의 높은 기술 수준을 세계에 과시하는 것이었다. 작은 공장들의 기술을 결집해 나름 성능 좋은 썰매를 개발했지만, 프로젝트는 큰 시련에 봉착했다.
2014년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 직전 일본 대표팀이 시타마치 프로젝트가 개발한 썰매를 쓰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 제품보다 성능이 떨어진다는 게 이유였다. 업체들이 성능개선을 계속했지만, 일본팀은 평창 올림픽 때도 이 썰매를 쓰지 않겠다고 2015년 프로젝트 측에 통보했다. 이번에도 외국제에 비해 성능이 뒤진다는 이유에서였다.
프로젝트 멤버들은 해외판매를 추진키로 했다. 마침내 2016년 자메이카팀과 계약에 성공했다.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자메이카 남자 봅슬레이 4인승 대표팀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쿨러닝'(1993년 개봉)의 당사자인 자메이카팀과 함께 평창 올림픽을 목표로 해 왔다.
연평균 기온이 26~28도인 카리브 해의 '여름 나라'에서 눈을 접해보지도 못한 선수들이 펼친 겨울 도전기는 '올림픽 정신'의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이번에는 특히 자메이카팀이 여자 2인승에서 호조를 보여 그토록 염원하던 평창 올림픽 출전 확정을 눈앞에 두고 있던 작년 12월 프로젝트 측에 다시 날벼락 같은 연락이 날아들었다.
썰매를 받기로 한 자메이카팀에서 성능이 향상되지 않으면 다른 외국제를 쓸 수밖에 없다는 연락이 온 것. 자메이카팀은 "시타마치 봅슬레이는 스피드가 부족하다. 1월에 열릴 다음 월드컵 대회에서는 라트비아제 썰매를 타게 될 것"이라고 알려왔다.
갑작스러운 연락에 놀란 프로젝트 관계자 2명이 월드컵 대회가 열리는 오스트리아로 급히 날아갔다. 자메이카 측에 "반드시 외국제에 뒤지지 않는 성능의 썰매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관계자들이 직접 썰매 뒷좌석에 타고 주행테스트에 참가하기도 했다. 일본 국내에서도 프로젝트 참가자들이 작년 연말 10개 이상의 부품을 개량해 현지로 보냈다. 이후 실시된 테스트에서 외국제에 뒤지지 않는 기록을 냈지만 자메이카팀이 이 썰매를 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물론 자메이카팀도 평창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기 위해 필사적이다. "출전권을 획득하지 못하면 모든 게 허사"라며 작년 12월 이후 라트비아제 썰매를 계속 이용하고 있다. 자메이카 여자팀은 현재 올림픽 출전권 획득이 가능한 팀으로 꼽힌다. 출전권 획득 여부는 14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계약서에는 프로젝트 측이 썰매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자메이카팀은 평창 올림픽에서 해당 썰매를 사용한다고 명기돼 있다. 계약을 어기면 위약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 자메이카 봅슬레이연맹은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남자팀은 프로젝트팀이 만든 썰매를 사용한다는 방침이지만 남자팀은 올림픽 출전권 획득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종 승부는 이달 20일 열리는 월드컵 최종전에서 결판난다. 자메이카팀은 이때 시타마치 프로젝트가 만든 썰매를 최종적으로 테스트하기로 했다. 라트비아제보다 빠른 것으로 판단되면 올림픽에 채용될 길이 열리게 된다.
구니히로 요시히코(??愛彦.43) 프로젝트 추진위원회 위원장은 아사히신문에 "누구나 납득하는 최고의 썰매를 만들어 올림픽에서 타게 하는 게 최선"이라고 전제, "그러기 위해 마지막까지 개발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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