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워예스' 점화? '미투'처럼 마초체제에 타격줄까
폭로·조사·캠페인…"외래파문 경계하는 당국검열이 장애물"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중국에서도 성폭력 가해자 고발을 통한 여권신장 캠페인이 태동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10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 같은 중국판 '미투'(me to·나도 당했다)의 최신 사례 가운데 하나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뤄첸첸 씨의 폭로다.
뤄 씨는 12년 전 중국 대학에서 박사학위 과정을 밟을 때 지도교수로부터 당한 성폭행 사실을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적었다.
그는 "더는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용감하게 일어나 '안돼'라고 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이들에게 #我也是(워예스·나도 그래), #WoYeShi(워예스), #MeTo 등의 해시태그를 이용해 폭로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가디언은 중국에서 여성 80%가 성폭력을 겪은 적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강조하며 여성들이 조용히 침묵을 깨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광저우에서 활동하는 언론인 황쉐친 씨는 성폭력 실태를 밝히기 위해 언론계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황 씨는 자신도 2012년 직장 성폭력을 겪은 적이 있으며 가해자에게 맞서지 못한 데 대한 죄책감이 행동에 나선 이유라고 밝혔다.
그는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이 되기 싫었다"며 "하지만 침묵하는 것은 성폭행을 방조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중국 항저우의 학생인 정시 씨도 미국에서 미투 캠페인에서 영감을 받아 최근 성폭행 반대 캠페인을 시작했다.
중국 페미니즘 전문가인 레타 훙 핀처 씨는 고발 목소리가 앞으로 더 많이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핀처 씨는 "지금까지는 빙산의 아주 작은 일각에 불과했다"며 "활동가 전체가 강간, 성추행과 같은 문제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에서 폭로 캠페인이 확산하려면 당국의 검열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미투 캠페인이 미국, 유럽, 아시아 다른 지역을 휩쓸었으나 중국에서 지금까지 줄곧 잠잠했던 까닭도 여기에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핀처 씨는 "감히 접촉하지도 못할 중국의 남성 엘리트들이 미투 같은 캠페인에 타도된다는 생각 그 자체에 남성 일색인 공산당 지도부가 몸서리를 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례를 보면 중국 정부는 국경 밖에서 일어나는 정치적 격변이 자국민에게 영향을 미칠 것을 심각하게 고민했고, 당국이 '미투'를 잠재적 위협으로 본다는 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미투 캠페인은 미국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틴의 상습 성폭행이 고발된 것으로 계기로 작년부터 미국, 유럽으로 들불처럼 번졌다.
이 캠페인으로 명예가 땅바닥에 떨어진 세계 각계 유력인사들은 알려진 것만 세자릿수에 달해 가해자 인명사전이 작성될 수준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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