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렇게 말라가는 지리산 조릿대…기후 탓인가 환경적응인가
환경단체 "이상기후로 고사, 대책세워야", 산림전문가 "산림생태계 순화과정"
(산청=연합뉴스) 지성호 기자 = 지리산 조릿대(산죽·山竹) 황변화가 관찰되면서 '이상기후 탓'이라거나 '자연 순화현상'이라는 등 해석이 분분하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는 수 년 전부터 지리산에 자생하는 조릿대 줄기와 잎 부분이 노랗게 변하고 말라 떨어지는 황변화현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14일 밝혔다.
조릿대 황변화현상은 삼신봉(하동), 노고단(구례), 백무동(함양), 피아골(구례) 등 고산지대를 중심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지리산 인근 환경단체는 최근 수 년간 이어지는 고온과 가뭄 등 이상기후로 조릿대가 말라 죽고 있어 관련 기관에서 원인을 파악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릿대는 지리산에 사는 반달가슴곰 서식지가 되고 먹이도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환경단체는 지적했다.
그러나 산림전문 연구기관은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국립산림과학원 남부산림자원연구소 유병오 박사는 "조릿대는 30∼40년 만에 한 번 꽃을 피우며 이때 영양분이 거의 없어지면서 줄기와 잎이 말라 떨어지는 황변화 현상을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유 박사는 "하지만 조릿대 뿌리는 살아 있으며 여기서 다시 줄기가 자라고 잎이 돋아난다"라며 "조릿대 황변화는 자연순화적 현상이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최근 지리산뿐 아니라 인근 덕유산, 제주 한라산 등 일부 고산지대의 조릿대 분포밀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 제거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릿대 뿌리가 넓은 면적에 분포하면서 다른 수종의 서식을 막는 등 산림생태계 순환을 방해하는 등 문제가 되기 때문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제주 한라산의 경우 조릿대 분포밀도가 포화상태를 넘어서자 관련 기관에서 이를 베어내고 일부 조릿대로 '댓잎 차'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고 그는 소개했다.
이와 함께 그는 "조릿대 황변화는 조릿대 군락이 쇠락하는 과정의 하나로 보고 관련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릿대는 전국 숲 속 어느 곳이나 자라는 난쟁이 대나무다.
남쪽은 제주도에서부터 북한의 고산지대까지 분포한다. 또 해발 1천500m 고산지대 큰 나무 아래에서 군락을 이루고 자란다.
조릿대는 일생에 한 번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은 뒤 말라 떨어지고 이듬해 다시 싹이 나온다.
조릿대는 낚싯대, 대바구니, 소가구재 등 소재로 쓰거나 관상·사방용으로 심기도 한다. 연한 잎을 데쳐서 먹거나 말린 잎을 차로 이용하기도 한다.
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는 조릿대 황변화 현상의 원인과 조릿대 분포밀도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관련 전문가와 연구원·조사요원을 투입, 조사구를 설치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할 예정이다.
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 자원보존과 허덕경 주임은 "조릿대 황변화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뿌리에서 다시 줄기가 나 자연현상으로 보고 있다"라며 "하지만 이런 현상이 이상기후, 한반도 온난화 등과 관련이 있는지도 관련 기관과 함께 조사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shch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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