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회담 성과 컸지만 '비핵화' 진전없는 정세전환 한계
北, 南의 비핵화 대화 언급에 발끈…미국도 신중기류
남북관계 개선-북핵협상 진전 '두바퀴 돌리기' 숙제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홍국기 기자 =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2년 만에 열린 남북 대화가 북한의 평창올림픽 대규모 선수단 파견 및 남북 군사당국간 회담 재개 등에 합의한 것은 한반도 정세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일이다.
남북, 북미, 북중, 북일 등 북한을 둘러싼 주요 양자 관계가 거의 얼어붙은 상황에서 남북 트랙에서나마 해빙의 조짐을 확인한 것은 의미 있는 진전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평창올림픽 기간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하지 않기로 한 상황에서 북한이 올림픽 때까지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한다면 올림픽 기간 북미 간의 고위급 양자 접촉이 자연스럽게 성사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됐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가족을 포함한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키로 한 가운데 북한도 고위급 대표단 파견을 이번 남북회담에서 합의해 평창을 계기로 한 북미 간 접촉 가능성에 대한 이른 관측까지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남북회담이 북한 핵문제라는 한반도 정세의 본질적 부분을 진전시킬 계기가 됐느냐는 대목에서는 한계가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회담에서 북측 단장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남측의 비핵화 대화 필요성 거론을 겨냥해 강하게 항의하는 등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긍정적인 단초는 찾기 어려웠다.
실제 이번 회담에 앞서 일각에서는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겠다는 야심은 그대로 지닌 채 국제사회의 봉쇄를 풀 고리로 남북대화와 평창올림픽을 택한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돼 왔다.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이 9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미국은 평창동계올림픽의 안전하고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열린 한국과 북한의 회담을 환영한다"며 이번 회담의 목적을 '평창'에 국한하는 시각을 드러낸 것도 미국의 신중한 기류를 반영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노어트 대변인은 "미국은 북한의 동계올림픽 참가가 북한의 불법적인 핵·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유엔 안보리 제재를 위반하지 않도록 보장할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 긴밀한 협의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 유력지 워싱턴포스트(WP)는 "모든 최첨단 전략무기는 철두철미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리선권 단장의 남북회담 발언과 관련, "북한이 앞으로도 진정성 있는 대화를 계속 추구해 나갈지가 전문가들이 가진 의문점"이라며 "한국 정부는 '최대의 압박' 전략을 주도해온 트럼프 정부가 소외감을 느끼는 일이 없도록 신중하게 움직여야 할 것"이라고 썼다.
결국 우리 정부는 긴밀한 한미공조 속에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 협상이라는 한반도 정세의 두 바퀴를 함께 굴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 남북대화가 비핵화 국제공조를 해치지 않을 것임을 미국에 확인시키는 한편 비핵화 협상이 재개될 수 있도록 중국과 함께 북한과 미국 양측을 설득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의 10일 미국 방문길도 주목된다.
북핵 6자회담 우리측 수석대표인 이 본부장은 워싱턴에서 카운터파트인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협의를 갖는다. 이 본부장은 또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국무부 등 미국 행정부 내 북핵·북한 관련 핵심 인사들을 만나 남북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향후 공동대응 방안을 조율할 예정이어서 남북회담 후 한미 간 협의 결과가 주목된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이번 남북회담 결과에 대해 "남북간 회담, 직통전화 재개, 평창올림픽 참가 등은 굉장히 의미있는 일이고 성과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문 센터장은 "우리 정부가 앞으로 평창올림픽 성공 개최라는 원래의 의미를 잘 부각하는데 노력하면 좋겠다. 북측의 대규모 대표단과 예술단으로 시선이 쏠리면 올림픽 행사가 자칫 북한의 선전장화할 우려가 있다"며 "앞으로 남북군사회담이 열리면 북한이 비핵화 대화에 나오도록 확고히 요구하는 게 주어진 과제"라고 말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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