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에게 묻다] 40세 '뇌동맥류' 환자, 90세전에 터질 위험 '50%'
안 터진 뇌동맥류는 치료않고 경과 관찰하는 경우 더 많아
응급상황 아니라면 다른 병원 소견 받는 것도 좋은 방법
(서울=연합뉴스) 신용삼 서울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 = 건강검진에서 갑작스럽게 '뇌동맥류' 진단을 받고 정밀검사를 위해 큰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많다. 대다수 환자는 뇌동맥류가 '머릿속 시한폭탄'이라고 들었다며,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의사를 마주한다. 이런 걱정에 어떤 환자들은 "바로 치료해야 하지 않을까요?"라며 조바심을 내기도 한다. 사실 요즘처럼 한파가 몰아치는 겨울에는 당장 뭔가 조치를 하지 않으면 심장마비처럼 돌연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다.
흔히 중풍이라 알려진 뇌졸중은 머리 혈관이 막히는 뇌경색과 머리 혈관이 터지는 뇌출혈로 나뉜다. 뇌동맥류는 이 중에서도 뇌출혈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질환이다. 뇌동맥류는 뇌출혈이 되기 전에는 증상이 없어서 이처럼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뇌동맥류는 뇌 속 혈관이 얇아지면서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상태로, 전체인구의 약 3∼5%에서 관찰된다. 이 뇌동맥류가 터져 뇌출혈(뇌지주막하출혈)을 일으키면 반 정도의 환자에서 급사로 이어질 수 있을 만큼 위험하다.
터지지 않은 채로 발견된 뇌동맥류가 1년 이내에 터질 확률은 크기, 위치, 모양, 고혈압, 흡연 여부 등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0.5∼1% 정도로 추산한다. 1%의 파열 위험성은 40세 환자가 90세까지 산다고 가정할 때 향후 50년 동안 뇌동맥류가 터질 가능성이 약 50% 정도라는 얘기다.
그래서 뇌동맥류는 진단받은 환자의 나이, 가족력 등을 고려해 치료 여부를 결정한다. 만약 터질 위험성이 적다고 판단되는 경우는 바로 치료하지 않고 경과를 관찰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치료가 항상 안전한 게 아니고 치료에 따른 위험성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적 권위의 국제학술지 '신경학, 신경외과학, 정신의학 저널(Journal of Neurology, Neurosurgery & Psychiatry)에 최근 발표된 논문을 보면 파열되지 않은 뇌동맥류 치료 시 장애 및 사망률은 수술치료 4.2%, 코일색전술 3.6%로 각각 분석됐다. 그만큼 뇌동맥류 수술이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수술하지 않는 뇌동맥류는 1년에 한 번 정도 뇌자기공명영상(MRA)이나 뇌혈관 컴퓨터단층촬영(CT) 등으로 크기 변화를 관찰한다. 관찰 도중 뇌동맥류의 모양이 변하거나 크기가 커지는 경우에는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현재까지 뇌동맥류를 터지지 않게 하는 약물은 없다. 혈압이 높은 환자는 혈압조절을, 흡연자는 금연을, 과도한 음주자는 음주를 삼가는 게 최선책이다.
머릿속 뇌동맥류가 터지면 평생 경험하지 못했던 극심한 두통이 동반한다. 많은 환자는 '망치로 맞은 듯' 하다고 표현한다. 이 때문에 의식을 잃고 쓰러지기도 한다. 그러므로 갑자기 심한 두통이 생겼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 질환은 고령에서 많이 발생하는 편이지만, 요즘은 비교적 젊은 40대에도 환자가 늘고 있다. 고혈압, 과음, 흡연, 동맥경화, 스트레스 등이 주요 원인으로 추정된다.
유병률은 남성보다 여성이 더 높은 편인데, 이는 여성 호르몬의 영향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가족력도 중요한 위험 요인인 만큼 뇌졸중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건강하더라도 반드시 뇌 MRA나 혈관CT로 확인을 해보는 게 좋다.
치료는 머리를 열지 않고 뇌동맥류를 막아주는 시술법과 머리를 열어 뇌동맥류를 묶어주는 수술법 2가지로 나뉜다.
머리를 열지 않는 시술은 전신마취를 하고 사타구니 부위의 동맥을 통해 관을 삽입한 다음 뇌동맥류 속으로 백금코일을 넣어 뇌동맥류 내에 피가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다. 동맥류 속으로 피가 들어가지 않게 함으로써 팽창하고 터지는 것을 막는 것이다. 뇌동맥류의 입구가 넓어 코일이 빠질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는 스텐트를 삽입해 코일이 빠져나오지 못하게 하는 '스텐트 보조 코일색전술'도 많이 시행한다. 이 경우 항혈소판 악물을 약 2년간 복용해야 한다.
이 시술법은 두개골을 절개하지 않고 치료한다는 장점 때문에 선호하는 경향이 있지만, 뇌동맥류의 모양이나 위치에 따라서는 시술이 어려울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머리를 열어 수술하는 게 더 낫다. 관자놀이 부위의 피부 및 두개골을 절개하고 미세현미경을 이용해 뇌동맥류에 접근한 다음 뇌동맥류를 작은 클립으로 묶어주는 '뇌동맥류경부결찰술'이 이에 해당한다.
피부 절개는 보통 머리털이 있는 두피 부위에 하므로 상처가 아물고 머리카락이 자라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최근에는 수술 기술의 발전으로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거나, 입원 기간도 일주일 안팎으로 과거보다 짧아졌다. 수술이라고 하니 환자들이 두려워하지만, 뇌수술은 뇌를 손상하면서 수술을 하는 게 아니고 뇌 속의 공간을 통해 뇌 손상 없이 뇌동맥류로 접근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환자가 장애 없이 완전히 회복되고 코일색전술에 견줘 재발이 없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은 건 터지지 않은 채로 발견된 뇌동맥류 환자는 평생 터지지 않는 채로 살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혈관 내 치료나 수술을 권유받은 경우 치료 여부 및 치료 방법의 결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터지지 않은 뇌동맥류는 응급상황이 아닌 만큼 필요하다면 다른 병원을 찾아 소견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신용삼 교수는 1988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신경외과 전문의이면서 영상의학도 공부했다. 뇌동맥류를 포함한 뇌혈관 질환과 뇌졸중의 수술치료뿐만 아니라 머리를 열지 않고 치료하는 중재적 시술의 권위자로 꼽힌다. 지금까지 시행한 뇌동맥류 수술 및 중재적 치료가 약 4천건에 달한다. 2014년 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센터장을 역임한 이후 2015년에는 고난도 혈관질환 치료를 위한 하이브리드수술실을 개소했다.
bi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