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이민자 송환 문제 놓고 벨기에 연립정부 붕괴 위기
수단 독재자 '편의' 봐준 장관 해임 요구에 연정 참여 세력 간 이견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수단 출신 이주민 100여명에 대한 본국 강제송환 문제를 놓고 벨기에 연립정부가 붕괴 위기에 처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문제는 네덜란드어권인 플랑드르 지역의 분리를 주장하는 정당인 '새 플레미시연대'(N-VA) 출신의 테오 프랑켄 망명·이민담당 장관으로부터 촉발됐다.
프랑켄 장관이 수단 이주민의 본국 송환에 앞서 수단 관료들이 이주민들의 사례를 조사할 수 있도록 허용했는데, 이 때문에 일부 이주민들이 위험에 처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사실상 수단의 오마르 알 바시르 대통령이 자신의 정적을 유럽에서 본국으로 송환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는 것이다.
바시르 대통령은 1989년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았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2009년과 2010년 30여만 명이 사망한 다르푸르 사태 등 반인류 범죄에 대한 책임을 물어 바시르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한 상태다.
프랑켄 장관의 결정에 대해 벨기에 사회당 등에서 사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벨기에 연립정부가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새 플레미시 연대'는 만약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가 프랑켄 장관의 사임을 요구할 경우 자신들은 연립정부에서 빠지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반면 연립정부에 참여하는 또 다른 플레미시 정당인 플레미시 기독민주당(CD&V)은 미셸 총리가 '새 플레미시 연대'의 꼭두각시가 되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미셸 총리는 최근 조사 결과가 어떻게 되든 프랑켄 장관의 사임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자 사회당은 "더이상 벨기에에는 총리가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겐트 대학의 정치 평론가인 카를 데보스는 "만약 프랑켄 장관의 사임을 요구한다면 연립정부가 끝날 수도 있는데 이는 미셸 총리가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미셸 총리 역시 프랑켄 장관은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는 지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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