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매도인, 사실은 모녀관계"…꼬리잡힌 '주택 편법증여'
'다운계약' 매수인 자진신고에 매도인 '과태료·세무조사'
(세종=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정부가 작년 9월부터 시행한 집 구매 자금조달 및 입주계획 신고 제도를 통해 편법 증여와 다운계약서 작성 등 부동산 시장교란 행위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구체적 사례를 보면 모녀가 집을 편법증여하다 적발되는가 하면, 마지못해 다운계약을 한 매수자가 자진신고를 하는 바람에 매도자가 세무조사를 받게 된 경우도 있었다.
국토교통부는 9일 부동산 거래시 제출된 자금조달 및 입주계획서 분석을 통해 업·다운계약 등 허위신고 167건 293명을 적발해 과태료를 부과했고 편법증여 및 양도세 탈루 혐의가 짙은 141건 269명은 국세청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작년 8·2 대책을 통해 투기과열지구 내 3억원 이상 주택 구입시 자금조달 계획 및 입주계획서를 제출받아 분석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그해 9월 26일부터 지방자치단체들과 함께 본격적인 분석을 시작했다.
자금조달 계획 조사는 편법 증여를 가려내기 위해 만 30세 미만 저연령층이 당사자인 주택 매매에 집중됐다.
이른바 '금수저'들이 증여세를 내지 않고 몰래 부모 돈으로 집을 장만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모 지자체는 매수인과 매도인이 실제로는 모녀 관계라는 사실을 포착한 데 이어 신고 금액 중 일부는 친인척을 통해 지급된 사실도 밝혀냈다.
모친이 자식을 대신해 집 구입 자금 전액을 지불하고는 자금조달계획서에는 허위로 돈의 출처를 적어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이들은 전원 증여세 탈루 등 혐의로 국세청에 통보돼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자금조달 계획은 자기자금의 경우 예금액, 부동산 매도액, 주식·채권 매각대금, 보증금 등 승계, 현금 등으로 세분되고 차입금도 금융기관 대출액, 사채, 기타 등으로 다시 나뉘어 집 구매자는 세세한 내역을 밝히고 증빙하도록 돼 있다.
국토부와 지자체들은 신고한 내역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통장 거래 내역 등을 꼼꼼히 확인하고 있다.
다운계약 등 실거래액을 속인 사례도 무더기로 적발됐다.
모 지자체는 6억원으로 신고된 아파트 입주권의 전매 거래에 대한 정밀 조사를 벌여 실제로는 6억4천만원으로 거래된 사실을 밝혔다.
공인중개사 2명 등 가격을 허위로 신고한 이들에게 각 과태료 2천만원이 부과됐다.
한 주택 매수자는 실제로 9억원에 산 집을 집주인과 짜고 7억원에 구입했다고 허위신고했지만 이내 이 사실이 들통날까 두려워 다운신고 사실을 자진 신고했다.
매수자는 불법 행위를 자진신고했을 때 처벌하지 않는 '리니언시' 제도를 통해 과태료 3천만원을 면제받았다.
그러나 매도자는 과태료 3천만원에 더해 양도세 탈루로 세무조사까지 받게 됐다.
작년 9월 26일 제도 시행 이후 집 계약을 했지만 자금조달 신고 의무를 피해가려고 계약일을 9월 26일 전으로 속였다가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계약일을 허위로 신고한 공인중개사는 900만원, 거래 당사자는 4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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