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예루살렘 '이중 플레이'"…터키 매체 '전화 녹취' 보도
"이집트 정보당국자, '예루살렘 결정' 수용 설득하는 논조 방송진행자에 요청"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이집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루살렘 결정'을 겉으로는 규탄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사태가 진정되기를 원한 정황을 보여주는 녹취가 공개됐다.
8일(현지시간) 알자지라 등 중동 매체에 따르면 터키 위성채널 '메카멜린'은 이집트 정보기관 소속 아시라프 엘콜리 대령과 정치인 겸 방송 진행인 사이드 하사신 사이에 이뤄진 전화 통화라며 두 남성의 대화 녹음을 7일 방송했다.
메카멜린 TV가 콜리 대령이라고 밝힌 목소리의 주인공은 상대방에게 "우리 아랍 형제들처럼 우리도 이 문제를 강력히 비난하고 있지만, 그 후에는 이게 현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문제'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6일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인정한 것을 가리킨다.
이 목소리는 "팔레스타인은 저항할 수가 없고 우리는 전쟁을 원치 않는다"며 "당신도 알다시피 우리는 우리 문제만도 한가득"이라고 상대를 설득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입지를 키워주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인티파다(팔레스타인 민중봉기)는 이슬람주의와 하마스를 부흥시키므로 이집트의 국가안보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며, 이집트 시청자들이 미국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설득하는 논조를 택하라고 대화 상대방에게 요청했다.
메카멜린의 보도대로 이 녹음이 이집트 정보당국자와 방송 진행자의 대화가 맞는다면 이집트가 겉으로는 예루살렘 결정을 규탄하는 데 앞장섰지만 실제로는 아랍권의 궐기를 방해하는 '이중 플레이'를 한 것이 된다.
더욱이 메카멜린이 이집트 정보당국자로 지목된 남성은 녹취에서 이집트의 지역 내 경쟁국인 카타르의 군주가 이스라엘과 협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집트 정보당국자와 방송 진행인 사이에 이런 대화가 오갔다는 내용은 앞서 미국 매체 뉴욕타임스에 먼저 보도됐으나 이집트정부는 성명을 내어 뉴욕타임스의 보도를 부인했다.
이집트 국가정보청은 "뉴욕타임스는 보도에 언급한 아시라프 엘콜리 대령이 이집트 정보당국자라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예루살렘에 관한 이집트정부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집트 정부당국의 부인 하루 만에 터키 매체가 뉴욕타임스 보도를 확인하는 녹취를 입수했다며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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