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11억명 개인정보 유출 문제' 보도기자 입건 논란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인도에서 정부가 관리하는 11억여명의 주민등록 정보가 유출됐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경찰이 해당 보도를 한 기자를 입건해 논란이 인다.
8일 인도 NDTV 등에 따르면 인도 주민등록번호에 해당하는 '아다르'('토대'라는 뜻의 힌디어) 번호를 관리하는 고유식별청(UIDAI)은 최근 11억명 이상의 아다르 정보를 살펴볼 수 있는 정부 포털 관리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메신저 서비스 왓츠앱을 통해 단돈 500 루피(8천400원)에 구매했다고 보도한 인도 북부 지역 영자신문 트리뷴 소속 라치나 카이라 기자를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카이라 기자를 형법상 문서 위조·부정행위와 아다르법·정보통신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은 다만 수사가 기자 개인을 겨냥한 것은 아니며 이 사건을 전방위로 수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도 언론인 단체들은 정부가 문제 있는 부분을 고칠 생각은 하지 않고 문제를 보도한 언론의 입을 막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인도 프레스클럽, 인도 여성언론인협회 등은 공동 성명에서 "UIDAI는 허점을 막고 자료 보안과 안전을 확보해 공중의 근심을 덜어주는 대신 공익을 위해 보도한 이들을 고발했다"고 당국을 비난했다.
인도 편집인 조합도 "이번 사건의 보도 기자를 경찰이 입건한 것은 언론 자유에 대한 직접적이고 불공정하며 정당화할 수 없는 공격"이라고 비난하며 입건을 즉시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제1야당인 인도 국민회의(INC)는 "이번 기자 입건은 권력의 오만함을 보여준다"면서 나렌드라 모디 정부가 아다르 정보 유출을 수사하기는 커녕 유출문제를 고발한 기자에게 총을 쐈다고 비난했다.
앞서 트리뷴의 카이라 기자는 지난 3일 전자 결제 서비스 페이티엠을 이용해 아다르 정보를 판매한다는 이에게 500루피를 송금하자 10분 만에 해당 정보를 살펴볼 수 있는 정부 포털 관리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받았고 이를 이용해 타인의 아다르 번호와 그에 해당하는 이름, 주소, 우편번호, 사진,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를 모두 검색해 볼 수 있었다며 최근 신문에 이 과정을 상세하게 보도했다.
카이라 기자는 또 300루피를 더 내고 각 개인의 아다르 카드를 출력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도 구매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UIDAI는 보도 내용이 알려지자 아다르 시스템이 해킹되거나 개인정보 자체가 유출된 것은 아니며 입력된 주소나 이름 등의 잘못이 있을 때 검색할 수 있도록 부여된 사용자 권한이 유출되거나 오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그동안 한국과 같은 전 국민 주민등록체계를 갖추지 않았던 인도 정부는 2009년부터 국민에게 12자리 고유식별번호(아다르 번호)를 부여하고 이 번호에 개개인의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 등 정보뿐 아니라 얼굴 사진, 열 손가락 지문과 두 눈 홍채 스캔 정보 등 생체정보를 연계시키는 아다르 체제 구축을 시작했다.
지난해 3월 기준 인도에서 아다르 번호를 발급받은 주민은 11억2천만 명을 넘어섰다.
ra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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