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러, 미사일 방어망 무력화 '극초음속 무기' 개발 경쟁
시속 6천120㎞ '마하 5' 이상 속도…강대국 군비경쟁 가속화 우려
中개발 '둥펑-17' 탑재 극초음속 무기, 주한미군 사드무력화 가능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치열한 군비 경쟁을 펼치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가 이제는 극초음속 무기로 경쟁 영역을 넓히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8일 보도했다.
극초음속 무기는 최소 마하 5(시속 6천120㎞)의 속도로 지구상 어느 곳이든 1시간 이내 타격이 가능해 미사일방어망을 무력화할 차세대 무기로 평가받는다.
미국과 러시아가 개발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대기권 재진입 속도가 마하 5를 넘지만, 극초음속 무기가 특히 위협적인 이유는 그 독특한 비행 속성 때문이다.
탄도미사일에 탑재돼 발사되는 극초음속 활공체(HGV·hypersonic glide vehicle)는 발사 후 도중에 분리돼, 극도로 낮은 고도로 활공하면서 목표물을 타격해 레이더의 포착과 요격이 매우 어렵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중국군이 간쑤(甘肅)성에서 발사한 '둥펑-17'은 1천400㎞를 날아가 신장(新疆) 지역 목표물을 수 미터 오차로 타격했는데, 당시 이 극초음속 활공체의 고도는 불과 60㎞에 불과했다.
심지어 일부 극초음속 활공체는 마지막 타격 단계에서 방향을 전환할 수 있어 요격을 더욱 어렵게 한다.
이러한 이유로 중국이 개발한 '둥펑-17' 등 극초음속 무기는 한국에 배치된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나 일본에 배치될 육상형 이지스 시스템(이지스 어쇼어)을 무력화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미국 미사일방위청(MDA)은 극초음속 무기에 대항할 수 있는 차세대 시스템인 타격지점 방어 시스템 구축을 서두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중력 가속도로 인해 마지막까지 속도를 잃지 않는 ICBM과 달리 극초음속 활공체가 마지막 타격 단계에서 속도가 느려지는 것을 이용해 타격지점에 요격미사일을 배치해 방어하는 개념이다.
하지만 일정 부분 상호 조약 등의 규제를 받는 핵무기나 ICMB과 달리 이러한 극초음속 무기 경쟁이 미국,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 간 아무런 규제나 합의 없이 '무한 경쟁'으로 치닫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SCMP는 "미국과 중국 양국은 극초음속 무기 경쟁으로 치닫기 전에 이러한 우려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며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이러한 논의를 원치 않는 것으로 보여 당분간 중국의 극초음속 무기 개발을 방해하는 요소는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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