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고위급회담 D-1…'평창' 넘어 '평화' 전환 기틀닦나
'평창'은 상대적 수월·'남북관계 개선'은 진전 쉽지 않아
큰 틀 합의뒤 분야별 후속회담 예상…북핵 北태도변화 여부 파악 기회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남북 당국간 회담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남북 당국이 회담장에서 마주 앉는 것은 2년여만이다. 9일로 예정된 남북 고위급 당국회담은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가 주된 의제지만 남북관계 개선 방안도 회담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북한의 연이은 도발과 이에 대응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반복되며 끊임없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던 한반도 정세가 이번 회담을 계기로 바뀔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는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시선이 한반도에 모이는 이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남북회담을 100% 지지한다면서 "그들이 올림픽을 넘어서 협력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회담 개최를 논의하는 것만으로도 한반도의 분위기는 사뭇 달라진 느낌이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환영 메시지에 이어 회담 제안과 수용, 대표단 명단 교환까지, 회담 준비 전 과정이 전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일사천리로 진행돼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8일 "남북 정상의 강한 의지가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어려운 일"이라며 "이런 분위기가 회담장으로까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회담에서는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문제가 우선 집중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선수단 입국 경로와 개·폐회식 공동입장 등이 주요 의제로, 이에 대해선 남북이 크게 부딪칠 일이 없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다만 우리 정부는 북한 선수단의 육로 방남을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를 위해선 군부 협조가 필요하다는 점이 변수가 될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파견 용의를 밝힌 '대표단'이 어떤 성격일지도 관심이다. 응원단이나 예술단 등을 보낼 가능성이 있는데, 대표단장으로 혹은 대표단과 별개로 정치적 인물이 내려올 수도 있다.
의제가 '평창'에서 '남북관계 개선'으로 넘어가면 진전을 이루기가 쉽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7월 제의했던 군사당국회담 및 이산가족 상봉행사 개최를 위한 적십자회담 개최 문제를 다시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남북관계 개선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산가족 문제라든가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문제 등을 함께 논의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측은 단골 이슈인 한미연합훈련 중단, 미국 전략자산 전개 중지 등을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또 금강산관광이나 개성공단 재개 등도 언급할 수 있지만, 이는 대북 제재로 진전이 불가능한 사안들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번 고위급회담에서 모든 것을 다 이룰 순 없다"면서 "이번에는 앞으로 난제를 풀기 위한 추가 협의가 이어지도록 모멘텀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고위급회담에서 평창 올림픽 참가 및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한 큰 틀의 합의만 이룬 뒤 분야별 후속회담을 이어간다는 계획으로 알려졌다. 대표단에 조명균 장관과 함께 천해성 통일차관,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포함된 것도 후속회담을 염두에 둔 것이다.
조 장관은 통일 장·차관이 대표단에 함께 포함된 데 대해 "이번에 (고위급회담을) 하게 되면 앞으로 실무협의를 계속해야 될 것이고 이를 원만하게 해나가기 위해 그렇게 진용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회담장에서 북한의 비핵화도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수긍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공식적인 자리에서 북한의 논리를 확인하고, 이번 회담을 시작으로 앞으로 북미대화나 비핵화 협상으로 이어질 여지를 타진해 볼 기회이기 때문이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평창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한다고 해서 북핵해결에 크게 기여할 부분은 없다면서 "남북관계와 북핵은 분리될 수 없는 문제지만 이번 회담이 북핵 문제의 전기가 될지에 대해서는 회의감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남북 정상은 실시간으로 회담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폐쇄회로(CC)TV를 통해 회담장 영상과 음성이 청와대와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 전송된다. 회담장이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이어서 북측으로는 음성만 전송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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